[취재수첩] 미국 싱크탱크 힘은 어디서 나오나
미국 워싱턴DC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150여개에 이르는 좌석은 꽉 찼다. 10여명은 뒤편에서 선 채로 패널의 토론에 귀를 기울였다. 청중들은 싱크탱크, 대학, 국무부 등에서 온 한반도 전문가들이었다. 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러 온 것이다.

한 시간 동안의 패널 토론이 끝나고 30분 동안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 수십여명이 한꺼번에 손을 드는 바람에 사회자가 질문자를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 사회자가 세미나 종료를 선언하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청중들이 패널과 ‘개별 Q&A 세션’을 갖고, 언론들은 인터뷰를 챙겼다. 패널들은 정오가 넘어서야 세미나 장소를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로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상·하원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을 청문회로 불러 북한의 도발위협과 대응책을 캐묻고 있다. 이날 브루킹스 세미나 열기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싱크탱크의 열기는 비단 북한 문제뿐만이 아니다. 시리아 문제, 미국 재정위기,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아베노믹스, 총기 규제 등 대형 이슈마다 싱크탱크의 세미나가 줄을 잇고 수백여명의 전문가들이 몰려다닌다.

싱크탱크들이 흥행을 지속하는 것은 전문성과 권위,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 덕분이다. 수십년간 한 우물을 파는 선임연구원들과 세계 각국의 전직 장·차관 등 정부 고위 관료 출신, 대학 교수, 각종 국제기구의 기관장 출신 등이 모여 있는 말 그대로 ‘두뇌 집단’이다. 이들이 만든 보고서를 가장 먼저 받아 보는 곳은 미 의회와 국무부다. “싱크탱크가 미국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자랑할 만한 싱크탱크가 없는 우리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워싱턴 싱크탱크들은 재단에서 별로 관여하지 않아 연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들도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국책연구소든 민간연구소든 외주 연구가 많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뽑아도 기회가 생기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대학으로 가려고 합니다.” 얼마 전 워싱턴을 방문한 국내 한 연구소 관계자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