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국면 해소를 위한 출구전략을 두고 남북 간 줄다리기가 팽팽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보다 성의있는 자세로 대화 제의에 응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북한은 내부행사에 집중하며 주변국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15일 북한이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데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화 여지를 남겨뒀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전날 입장 표명에 대해 “정부의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에 대해 어제와 마찬가지로 재차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류길재 장관의 4월11일 성명과 같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 자신이 제안하려는 이야기를 충분히 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북한에 재차 유감을 표명한 것은 북한이 보다 성의있고 진지하게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답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와 국민행복을 위한 기원 대법회’에 참석,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지원과 협력을 통해 공동발전의 길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전날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의 문답 형식으로 대화 제의를 비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여권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북한과 대화할 뜻을 밝히며 성의를 보낸데 비해 북한의 대응 방식이 무성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당국에 대해 ‘괴뢰 통일부’ 등의 표현을 쓴데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해서 대화 제의를 했는데 북한은 대단히 불성실하게 대응했다”며 “이 같은 (북한의)태도엔 단호하고 원칙있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화로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뜻이 분명하고 잘 풀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며 “대북 대화 제의를 비롯한 일련의 대북정책은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일본에서 4일간의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대북 정책에서) 단결돼 있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북한은 이미 한 약속들을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이 언급한 ‘의미있는 조치’는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합의 등에서 북한이 공약한 비핵화 관련 약속을 뜻한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대화의 조건으로 핵 문제를 거론한데 대해 반발했다. 그렇지만 케리 장관은 역으로 북핵 문제를 대화의 전제로 못박으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앞서 12일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대화 촉구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