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14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제주CC 18번홀(파5)에서 3m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세영이 14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제주CC 18번홀(파5)에서 3m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프로 3년차 김세영(20·미래에셋)이 국내 여자프로골프 제6회 롯데마트여자오픈(총상금 5억원) 최종라운드 마지막홀에서 승부를 뒤집는 짜릿한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데뷔 첫승을 거뒀다.

김세영은 14일 서귀포 스카이힐제주CC 스카이·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몰아쳐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나홀로 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우승상금 1억원과 내년에 열리는 미국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획득했다.

키 161㎝로 ‘단신’으로 분류되는 김세영은 선두에 1타 뒤진 상황에서 18번홀(파5)에 다다랐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 위한 버디가 절실했던 김세영은 핀까지 219m 남은 상황에서 있는 힘을 다해 3번 페어웨이우드를 휘둘렀다. 그는 평소 3번 우드로 210m 정도를 날렸다.

그린 앞에 떨어진 볼은 30m가량 굴러서 뒤쪽에 꽂혀 있는 핀 오른쪽 3m 지점에 멈췄다. 김세영은 “이글 찬스를 만들고 리더보드를 보니까 이걸 넣으면 우승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무 긴장해서 스트로크가 안 될 줄 알았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이었는데 눈물도 안 나고 오히려 덤덤하다”고 말했다.

평소 드라이버로 240m 장타를 날리는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태권도를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순발력을 기른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은 신지애와 함께 미래에셋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잘한다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님이 후원해줬는데 그동안 성적을 못 낸 죄송함을 떨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날 우승 경쟁자들은 어려운 홀이 몰려 있는 13~16번홀에서 줄줄이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무너졌다.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들어선 장하나(KT)는 13번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진 뒤 벙커샷이 턱을 맞고 굴러 내려오면서 더블보기를 기록,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4타 차 3위였던 김효주(롯데)는 14번홀(파3)에서 9번 아이언 티샷이 그린을 맞고 넘어가 물에 빠진 데 이어 보기 퍼트마저 홀을 돌아나오면서 더블보기로 무릎을 꿇었다.

막판 선두로 부상했던 이정은(교촌F&B)은 15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푸시샷’이 나며 그린 오른쪽 해저드에 빠져 더블보기를 했다. 이정은은 17번홀(파3) 그린 에지에서 20야드짜리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다시 선두로 복귀했으나 18번홀에서 두 번째 아이언샷이 또 ‘푸시샷’이 나며 페어웨이 오른쪽 해저드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정은은 보기로 홀아웃하며 합계 1오버파로 장하나, 장수연(롯데마트) 등과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효주는 합계 6오버파 공동 7위를 했다.

서귀포=한은구 기자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