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 관련株 쓸어담은 개미들 '곡소리'
“개인적으론 요즘 거래하고 싶지 않은 종목들입니다.”(A증권사 투자전략팀장)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해외에서 싸게 따온 일감이 실적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저가 수주 부메랑’ 우려 기업을 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이달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10~30%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특히 올해 들어 개인들은 매달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한 종목만 사들이는 ‘마이너스의 손’ 행보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저가수주 부메랑 종목’ 집중매수

14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현대자동차,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롯데케미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의 실적쇼크 이후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 전반으로 ‘불똥’이 튄 가운데 ‘개미’들의 투자는 수주 부메랑 논란이 일고 있는 건설주(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와 조선주(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에 집중됐다. 중국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데다 미국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글로벌 업황이 악화한 화학·정유주(롯데케미칼,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도 손길이 몰렸다. 엔저 충격에 이어 실적악화 루머까지 번진 자동차 관련주(현대차, 현대모비스)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이 업황과 기업실적을 철저히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일단 가격이 고점 대비 크게 떨어져 만만해 보이는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개인들이 ‘바닥’에 접근했다고 판단,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이 회복기미를 보이긴커녕 추가 하락세가 심상찮다는 점이다. 실적 충격의 여진이 계속되는 종목이 적지 않고 해외수주 물량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덮친 업종도 상당수다. 개인들이 이들 ‘낙폭과대’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이달 들어 개인이 2958억원어치를 사들인 현대차는 12.05% 하락했다. 1473억원어치를 쓸어담은 삼성중공업도 13.51% 떨어졌다.

중동 플랜트 저가수주 불안 우려가 덮친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달 30.34% 급락했다. 롯데케미칼(-17.17%) 현대건설(-13.90%) 삼성중공업(-13.51%)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의 하락률이 10%를 넘었다. 그나마 선방했다는 LG화학(-9.14%)과 SK이노베이션(-9.88%)마저도 하락률이 10%에 육박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를 지배한 중소형주와 소비재주 쏠림현상이 4월부터 해소될 것이란 생각에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경기 민감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개인이 집중 매수한 종목 상당수는 업황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미들 ‘연전연패’

개인투자자들은 이달뿐 아니라 올해 들어 매월 연전연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월간 월별 순매수 상위 10종목이 모두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월별 수익률에서 플러스를 기록한 종목은 단 한 종목도 없었다.

개인들은 1월엔 삼성전자, 기아차, SK하이닉스, 현대위아 등에 투자해 4.86~15.03% 손실을 냈다. 2월에는 LG화학, 현대중공업, KT, 현대하이스코, 고려아연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가 모두 원금 이하 성적을 거뒀다. 3월에도 중소형주·내수주 장세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 LG화학, 롯데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 등의 비중을 늘렸다가 대다수 종목에서 월간 5~16%대 하락하는 쓴맛을 봤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손실이 난 종목은 과감하게 손절매하고 이익이 나는 종목에 힘을 실어주는 매매 패턴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