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모 ‘어느 여행자의 기억’(2011년)
변종모 ‘어느 여행자의 기억’(2011년)
정처 없이 길을 따라 나섰다. 독일에서 시작된 여행은 미국을 지나 중동과 아시아로 이어졌다. 길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때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선한 눈빛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 석 달씩 머물기도 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원한 소나기와 같았다.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도시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도 점점 씻겨 내려갔다.

비가 갠 어느날 작가는 라오스의 한 사원에 들어섰다. 부겐빌레아 꽃잎이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한 소녀가 맨발로 빗물을 튀기며 뛰어놀았다.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 셔터를 눌렀다.

눈부신 꽃과 천진한 발걸음. 그 장면은 작가가 14개월 동안 지나온 꽃길 같았던 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갤러리토픽 19일까지)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