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먹거리 논쟁
인류가 처음 먹은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씨 맺는 채소, 과일 등이었을 것이다. 수렵은 그 다음이었을 것이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에는 조나 피, 수수 같은 작물을 재배해서 돌낫이나 뼈낫으로 돌갈판에 갈아 먹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통곡물이 그 시절엔 주식이었다.

잉여생산물이 쌓이면서 음식문화라는 것도 생겼다. 점차 향신료 등 첨가물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체제가 자리를 잡은 뒤부터는 조미료 사용이 더 늘었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조미료란 음식의 맛을 알맞게 맞추는 데에 쓰는 재료다. 그런데 화학조미료가 등장하면서 유해성 논란이 빚어졌다. 누구나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다. 그러나 저장 과정의 부패방지용 첨가제라든지 가공 단계에 들어가는 추가 물질 등에 따른 유해성 논란 앞에서는 반응이 격해지게 마련이다.

사실 무엇을 먹느냐 하는 문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는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라고 했다. 이는 한 사회의 행동양식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에서 보았듯이 먹거리가 정치도구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1989년 ‘우지라면 파동’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양라면도 마찬가지다. 7년9개월의 긴 재판 끝에 삼양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포르말린 통조림도 그랬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회사는 망했다. 쓰레기 만두도 무죄가 났다.

과장과 거짓으로 점철된 광우병 난동은 처음부터 싸구려 정치였다. 그러나 이런 소동을 만들고 TV프로에서 잘못된 정보로 관련 기업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조작해냈던 가해자들은 지금껏 아무 말이 없다. 지금도 유해성 자체가 입증되지 않은 MSG를 고발하는 TV프로가 인기다. 식품에 대한 관심이 TV와 만나면 센세이셔널리즘이 되고 만다.

식약처장이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식품 관련 기준을 통합하고 유해식품에 대한 처분은 철저하게 하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나 환경단체가 무책임한 자료를 냈다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발을 빼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다.

기업들도 억울하다고 하소연만 할 게 아니라 적극 대처하는 게 좋다. 사전예방뿐만 아니라 사후 대응도 지혜롭게 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고양이와 개 사료를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에 보낸 공문을 보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 개의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 하나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돼 모든 제품을 자발적으로 리콜해 폐기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