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전쟁 도발 위협에 미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괌 기지에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 배치 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북한의 도발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 지도부가 도발적 위협을 중단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해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영토 및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괌에 배치되는 고(高)고도 방어체계(THAAD)는 고도 150㎞에서 초속 2.5㎞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트럭 탑재 발사대와 요격 미사일, 조기 경계 레이더인 AN/TPY-2 추적 레이더, 통합 사격 통제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하층 방어체계인 패트리엇 PAC-3(사거리 15~45㎞, 요격고도 10~15㎞)의 요격 범위를 뛰어넘어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괌 기지에 MD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대외 전략 변화라는 큰 틀에서 예고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과 직결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신년 연설에서 MD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18일 서부 해안의 MD 전력을 50% 늘리는 안을 승인했다. 중동의 ‘이란 위협’ 방어에 투입될 예산을 동북아의 ‘북한 위협’ 방어로 돌린 것이다.

앞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공식 발표 전 워싱턴DC 국방대 강연에서 북한의 위협을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real and clear danger)’이라고 규정했다. 헤이글 장관은 “북한은 괌에 있는 우리 기지를 직접 겨냥했고, 하와이와 본토 서부 해안을 위협했다”며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신중하고 책임 있고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지만 사실상 핵·미사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오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13일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를 차례로 방문해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