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9월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4일 원·달러 환율은 6원30전 오른 1123원80전에 마감, 지난해 미국 정부가 양적완화를 발표하기 직전인 9월13일(1128원40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양적완화 이후 원·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누그러지고 일본의 양적완화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1월11일 연중 최저인 1054원70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월 중순부터 미국 경기지표 개선과 함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화 값(환율)은 거꾸로 하락세(상승)를 보였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미국 경기의 회복이 점쳐지면서 양적완화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며 “최근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환율이 큰 폭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4700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하며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유한종 국민은행 외화자금부 팀장은 “미국 내에서도 북한 문제가 주요 뉴스로 다뤄지면서 외국인들의 심리적 불안이 과거에 비해 큰 편”이라며 “국내 채권에 투자하면서 환헤지를 안 한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어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5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동향을 점검할 계획이지만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팀장은 “시장의 방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인들이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원화 자산을 판 뒤 나중에 다시 들어오려 할 것”이라며 “달러당 1135원이 다음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머물 경우다.

국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프리미엄이 주요 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CDS 프리미엄은 85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3bp 상승했다.

지난해 10월11일(85bp) 이후 최고치다. 김성순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팀장은 “외국인은 한국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 자산을 늘리거나 줄일 때 CDS프리미엄을 관심있게 본다”며 “CDS프리미엄이 오르면 환율도 따라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분위기라면 단기적으로 달러당 11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