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벌어진 서울시와 관할구청인 강남구 간 갈등이 법적 싸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초 지자체 간의 갈등은 있어왔지만 법정 다툼으로까지 가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100% 공영개발하기로 했던 구룡마을 개발에 갑자기 일부 환지 방식이 도입된 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요청기한인 지난 2일까지 주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추진 과정에 대해 이달 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강남구 개포동 28만6929㎡ 규모의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심 개발에 밀려난 이들로 형성됐다. 그동안 개발 방식을 둘러싼 서울시, 강남구, 토지주 간 갈등 때문에 미뤄지다 2011년 4월 시의 발표로 공영개발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시 도계위가 부지 개발 후 토지 소유주에 돈으로 보상하는 ‘수용·사용 방식’에 민영개발 방식으로 알려진 ‘환지 방식’을 추가하면서 서울시와 강남구 간 갈등이 시작됐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가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환지 방식을 적용해 투기세력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환지계획 인가권도 구청장에게 있는데 지난해 시 도계위 결정 때 구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당시 구와도 협의를 거친 부분이기 때문에 재검토할 계획은 없다”며 “SH공사의 채무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지 방식을 도입하면 최대 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분양가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도계위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는 강남구의 지적에 대해 “지난달 27일 공개 요청을 받고 다음날 열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며 “사적인 내용이 있는 만큼 열람만 할 수 있게 된 법에 따라 대응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신 구청장이 내년 열리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시 관계자는 “신 구청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남구 고위 관계자는 “구룡마을에 대한 정당한 지적일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룡마을 토지주 협의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구가 장기간 땅을 소유한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몰며 불법 점유자만 옹호하고 있다”며 “신 구청장이 열흘 내에 (개발 방식 변경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의견을 모아 법적 조치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구는 곧바로 이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 환지(換地) 방식 개발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 조성된 땅(환지)을 주는 식의 개발. 도시개발법상 공공시설의 설치 및 변경이 필요하거나 개발 지역의 땅값이 인근 지역보다 비싸 보상금을 주기 어려울 때 적용할 수 있다.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민영개발이나 공영개발 모두 환지나 수용·사용 방식, 이 두 가지를 섞은 혼용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