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에 가까운 테라헤르츠파(T레이)를 이용해 영상을 찍지 않고도 위험물을 탐지할 수 있는 검색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알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항 엑스레이 전신 검색기(사진)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양자빔기반연구센터. 연구팀은 올 연말 목표로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실험실 규모의 신개념 전신 검색기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2월 테라헤르츠파 발생 출력을 최대 100배가량 높이면서도 전파 발생기 크기를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를 실험용 전신 검색기에 실증하는 게 이번 연구의 목표다. 연구팀은 이르면 2~3년 내 영상이 필요 없는 테라헤르츠파 검색기를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레이는 광학계의 블루오션

테라헤르츠(T㎐)파는 1초에 1000억번 이상 진동하는 전파로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메가헤르츠(㎒)~기가헤르츠(㎓) 대역보다는 초당 진동 횟수가 많고 가시광선보다는 적은 주파수 대역이다. 전신 검색기는 물론 의료용 분석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수백장의 원판형 금속 박막을 직경이 점점 작아지는 원뿔형 구조로 만들어 수m 크기의 장치로도 전신 검색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높은 출력의 테라헤르츠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이를 전신 검색기에 응용하기 위한 실증 장치 개발에도 나섰다.

◆영상 없이 위험물 검색

테라헤르츠파 전신 검색기가 개발되면 대상물을 촬영해 분석하는 엑스레이와 달리 특정 물질이 반사하는 주파수만 확인하고도 위험물을 탐지하는 게 가능해진다.

정영욱 양자빔기반방사선연구센터 부센터장은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면 마약, 폭탄 등이 반사하는 파장만으로도 위험물을 탐지해낼 수 있다”며 “엑스레이를 사용해 투과된 이미지를 사람 눈으로 분석하는 방법에 비해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사생활 침해 우려, 인체에 미치는 영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헤르츠파를 의료 검사, 물질 분광분석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서울대 KAIST 연세대 포스텍 등은 의료 분야 연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통신 분야 응용 기술, 식품연구원은 독소 진단 기술 등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다양한 응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