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뭣고’ ‘뜰앞의 잣나무’ 등 화두를 들고 참선해 온 조계종의 선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1990년대 초부터 국내에 확산돼온 초기불교 수행법인 위파사나 등으로 수행하는 스님들이 급증해서다.

재단법인 선원수좌복지회 대표인 의정 스님(양평 상원사 용문선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원에도 세속 바람이 불면서 외래선(禪)이 유입돼 위파사나, 티베트 수행법 등으로 수행하는 수좌(수행자)들이 절반에 이른다”고 말했다. 2300명쯤으로 추정되는 수좌 중 1100명 이상이 간화선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계종과 전국선원수좌회가 오는 24일부터 9일 동안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한 대선사들을 초청해 서울 조계사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간화선 대법회를 릴레이식으로 여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의정 스님은 “외국에서는 간화선이 21세기의 대안 사상으로 주목받으며 유럽, 미주 등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오히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대선사 법회’를 마련했다”며 “평생 간화선을 수행해 온 대선사들의 살아있는 법문과 선문답이 간화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회에는 첫날 진제 종정을 필두로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조계종 원로의원 월탄,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봉화 축서사 문수선원장 무여, 덕숭총림 방장 설정, 30여년 동안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홀로 수행해온 현기, 장수 죽림정사 조실 도문(원로의원), 원로의원 고우 스님 등 조계종 원로 선지식들이 총출동한다. 진제 종정이 서울에서 대중법문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기 스님 역시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깨달음을 얻은 지리산 상무주암을 홀로 지키다 선원수좌회의 간곡한 요청으로 서울 나들이를 결심했다.

대법회가 열리는 기간에 수좌들의 수행복지 기금 마련을 위한 선서화전도 함께 열린다. 이번 선서화전에는 청담·서옹·성철·월하·혜암 스님 등 역대 조계종 종정과 근현대 고승, 일반작가 등이 기탁한 834점의 선필(글씨)과 선화(그림)를 전시 판매한다. 불교계에서도 드문 것으로 알려진 전강·성철·청담 스님의 글씨, ‘북(北) 송담, 남(南) 진제’로 불리며 수좌계를 이끌어온 송담 스님의 달마도와 문인화풍의 산수화 등이 눈길을 끈다. 선원수좌복지회 (02)922-9967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