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복합불황…결국 채권단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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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자율협약 신청…STX그룹 어디로
中 다롄 조선소 투자 패착…자구노력 한계 부딪혀
자율협약 받아들여지면 1년간 채무유예·회생 추진
中 다롄 조선소 투자 패착…자구노력 한계 부딪혀
자율협약 받아들여지면 1년간 채무유예·회생 추진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은 지난주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자금이 필요한 STX조선해양이 한국거래소의 유상증자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유상증자를 검토한 바 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입찰을 마감한 해운 계열사 STX팬오션의 공개 매각까지 무산되면서 시장에서는 STX그룹이 사실상 자생력을 잃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선과 해운이 물고 물리는 글로벌 장기 불황 속에서 재계 순위 13위 STX그룹이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평가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 이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샐러리맨 성공 신화’가 또 꺾이고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규모 투자가 부메랑으로
STX와 강 회장은 2012년 5월 주채권 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뒤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기울여 왔다. 문제는 주력 계열사의 계속된 영업적자였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6조2211억원에 영업손실 6986억원, 순손실 7820억원을 냈다. STX팬오션은 작년 매출 4조9194억원에 영업손실 1964억원, 순손실 4566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올해 돌아올 빚을 상환하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 수주를 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해서는 자율협약을 통해서라도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4월 1000억원, 5월 2000억원 등 3000억원의 회사채 자금을 갚아야 한다”며 “채권단의 100% 동의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안에 협약체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2001년 그룹 출범 이후 조선과 해운을 주력으로 삼으면서 사업 시너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국내 최대 벌크선 업체인 STX팬오션이 STX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하는 등의 선순환으로 한동안은 그룹이 잘 돌아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선과 해양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경기 불황이 닥치자 주력인 두 개 사업이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 사업부가 부진하면 다른 사업부가 잘 해주면 되는데 STX그룹은 그것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STX다롄은 M&A에 주력하던 강 회장이 공을 들여왔는데 골칫거리로 되돌아왔다. 조선 호황이 끝나는 시기에 투자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쪽으로 조선업의 중심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상선 위주의 조선소를 만든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팬오션 매각 실패도 불운
STX그룹은 조선과 해운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영업이익으로 부채 상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STX그룹의 전체 부채는 12조원가량 된다. 이 중 올해 1조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
STX그룹은 영업적자 속에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채 등을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STX에너지 지분 43.1%를 일본 오릭스에 36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STX유럽의 특수선 전문 자회사 STX OSV 지분 50.75%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7680억원에 팔았다. 그러나 이 대금의 상당 부분은 이미 부채 상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그룹의 양대 주력 중 하나인 STX팬오션 매각을 추진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실패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룹 전체 12조원 부채 가운데 STX팬오션이 가진 부채가 5조원가량돼 매각만 성사되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지만 역시 해운 불황이 발목을 잡았다.
자율협약 신청으로 STX그룹은 이미 매물로 내놓은 STX팬오션과 함께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배력까지 사실상 잃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TX팬오션은 2대주주인 산은이 계열 사모펀드인 산은PE를 통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1년간의 채무유예 속에 회생을 추진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회사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서욱진/김대훈/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
지난달 29일 입찰을 마감한 해운 계열사 STX팬오션의 공개 매각까지 무산되면서 시장에서는 STX그룹이 사실상 자생력을 잃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선과 해운이 물고 물리는 글로벌 장기 불황 속에서 재계 순위 13위 STX그룹이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평가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 이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샐러리맨 성공 신화’가 또 꺾이고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규모 투자가 부메랑으로
STX와 강 회장은 2012년 5월 주채권 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뒤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기울여 왔다. 문제는 주력 계열사의 계속된 영업적자였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6조2211억원에 영업손실 6986억원, 순손실 7820억원을 냈다. STX팬오션은 작년 매출 4조9194억원에 영업손실 1964억원, 순손실 4566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올해 돌아올 빚을 상환하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 수주를 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해서는 자율협약을 통해서라도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4월 1000억원, 5월 2000억원 등 3000억원의 회사채 자금을 갚아야 한다”며 “채권단의 100% 동의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안에 협약체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2001년 그룹 출범 이후 조선과 해운을 주력으로 삼으면서 사업 시너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국내 최대 벌크선 업체인 STX팬오션이 STX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하는 등의 선순환으로 한동안은 그룹이 잘 돌아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선과 해양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경기 불황이 닥치자 주력인 두 개 사업이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 사업부가 부진하면 다른 사업부가 잘 해주면 되는데 STX그룹은 그것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STX다롄은 M&A에 주력하던 강 회장이 공을 들여왔는데 골칫거리로 되돌아왔다. 조선 호황이 끝나는 시기에 투자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쪽으로 조선업의 중심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상선 위주의 조선소를 만든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팬오션 매각 실패도 불운
STX그룹은 조선과 해운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영업이익으로 부채 상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STX그룹의 전체 부채는 12조원가량 된다. 이 중 올해 1조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
STX그룹은 영업적자 속에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채 등을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STX에너지 지분 43.1%를 일본 오릭스에 36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STX유럽의 특수선 전문 자회사 STX OSV 지분 50.75%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7680억원에 팔았다. 그러나 이 대금의 상당 부분은 이미 부채 상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그룹의 양대 주력 중 하나인 STX팬오션 매각을 추진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실패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룹 전체 12조원 부채 가운데 STX팬오션이 가진 부채가 5조원가량돼 매각만 성사되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지만 역시 해운 불황이 발목을 잡았다.
자율협약 신청으로 STX그룹은 이미 매물로 내놓은 STX팬오션과 함께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배력까지 사실상 잃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TX팬오션은 2대주주인 산은이 계열 사모펀드인 산은PE를 통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1년간의 채무유예 속에 회생을 추진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회사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서욱진/김대훈/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