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하면서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했다.

2일 주식시장에서 STX조선해양은 전날보다 910원(14.99%) 급락한 5160원에 장을 마쳤다. STX(-14.90%)를 비롯해 STX중공업(-14.96%), STX팬오션(-14.99%), STX중공업(-14.96%), STX엔진(-14.87%)도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다.

이날 STX그룹은 지난 5년간 계속된 조선∙해운 불황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자율협약이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기업 지원책이다. 강제성을 갖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협약이 시행되면 주채권 금융기관 주도로 유동화채권, 기존 대출의 만기가 1년까지 연장된다.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은 자산 매각, 경영효율화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자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STX그룹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상선시장 불황에 따른 선박가격 하락, 헤비테일 방식으로 대표되는 선박대금 결제조건 악화,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회사채 발행 어려움, 중소협력업체 자금 지원 축소 등으로 잇따른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에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영업손실 6986억원, 당기순손실 7820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재무부담도 가중됐다.

지난해 말 STX조선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12조1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38억원 확대됐다. 이 중 단기차입금이 2조262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잔액은 9500억원 상당이며 특히 2분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4500억원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STX조선해양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율협약 체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자율협약 체결 시에는 채권단으로부터의 추가 차입과 기존 차입금 상환 유예 조치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날 STX그룹주의 동반 급락은 우려가 다소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조선 담당 연구원은 "자율협약은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중간 단계로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간섭에 나설 수 있다"며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측면에서 자율협약 체결 가능성이 빠르면 이번주에도 성사될 수 있지만 문제는 부진한 조선시황 속에서 펀더멘털(내재가치) 개선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협의회와의 협조를 통해 주요 경영사항을 공동 협의할 계획이고, 약정 체결 후에는 추가 자산 매각 등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STX그룹 측은 "이번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을 통해 채권단에 협력업체 및 종업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STX조선해양은 수주 잔고만 159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4대 조선소로서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조선시장이 회복되면 자율협약 조기 졸업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자율협약과 관련, 이날 오후 채권 은행 긴급회의를 열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