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 2013]‘장인(匠人)’이 아니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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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블루뉴스 최지영 기자] 사람들은 ‘장인’이라는 말에 상당한 신뢰를 가진다. 장인이란 한 분야에서 오래시간 몸담고 있어 그 분야에 소위 ‘전문가’인 이들을 칭하는 말이다. 고집스럽게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한다는 사실만으로 신뢰성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이런 심리는 2013 F/W 서울 패션위크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 패션위크는 국내 정상급 원로 디자이너들의 쇼인 ‘서울 컬렉션’과 경력 5년 이하 신진 디자이너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나뉘어져있다. 쇼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서울 컬렉션은 프레스부터 관객들까지 자리를 꽉 채우다 못해 서서 볼 지경이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의 쇼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경우는 비교적 프레스부터 관객의 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경력 많은 원로 디자이너들의 쇼는 훨씬 노련하고 안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패션은 감각이라는 재능이 필요한 일. 오히려 오래되지 않아서, 또 젊기 때문에 표출되는 신선한 감각은 오로지 제너레이션 넥스트에서만 볼 수 있다.
▲ 계한희(KYE) ‘뒷골목의 랩퍼’
디자이너 계한희는 청년실업과 청년 홈리스에 관한 이야기를 그래픽으로 작업했다고. 이를 표현한 그래픽 프린트 의상과 그래피티를 통해 계한희만의 가볍고 위트 있는 의상들이 줄지어 무대 위로 나왔다.
특히 옷에 주로 사용된 그래피티는 마치 뒷골목의 벽면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는 힙합퍼를 떠오르게 했다. 쇼장에 울려 퍼진 일렉트로닉 힙합 음악은 이에 한 몫 했다. 금박지를 이어붙인 프린팅이 담겨진 네오프랜 소재의 의상 역시 인상적이었다.
▲ 이지연(JARRET) ‘과장됨 속의 페미닌’
디자이너 이지연의 컬렉션은 알리 루소의 ‘전쟁’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작품. 일명 ‘불화의 기마상’으로 불리는 이 그림의 ‘전쟁, 그것이 나아가는 곳마다 공포를 일으키고 절망과 눈물, 파괴를 남긴다’라는 부제로부터 컬렉션의 콘셉트가 시작된다.
메인 컬러는 올리브 그레이, 그레이시 그린, 안트워프 블루이고 포인트 컬러로 블랙과 청동색이 사용됐다. 과장된 머메이트 스커트, 오버 사이즈 재킷 등 아방가르드한 요소의 디자인들이 많았지만 분명 그 안에 무한한 여성스러움이 묻어났다. 소재는 울, 가죽, 인조 모피 등이 주로 사용됐다.
▲ 박수우(SUUWU) ‘블랙&오렌지’
디자이너 박수우의 쇼는 오렌지와 블랙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싶다. 이유인 즉 그의 쇼는 블랙 의상과 오렌지 의상이 마치 두 그룹으로 나눠진 것처럼 연출되었기 때문.
그의 의상들은 여자의 바디라인을 철저히 외면(?)한 듯했다. H라인으로 떨어지는 심플한 실루엣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몸을 죄여오는 타이트한 핏도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매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듯한 미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의상들은 매니시한 듯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페미닌한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상당히 비비드한 오렌지 컬러가 의상에 활용됐으나,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친근했으며, 당장 입고 싶을 만큼 탐나는 옷들도 있었다. 아마 지난 시즌 내내 비비드 컬러가 유행한 탓에 더 이상 비비드가 튀는 컬러라는 인식이 사라진 탓이리라. (사진=서울 패션위크)
jiyou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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