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사진)이 최근 “보조금 위주의 경쟁을 서비스 품질경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휴대폰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가입자를 유치하기보다는 통화 품질을 개선하고 요금을 낮추는 쪽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새로 내놓은 ‘가입자 간 무제한 통화’ 요금제는 하 사장이 ‘서비스 품질경쟁’을 선언한 이후 처음 내놓은 작품이다.

◆“서비스로 승부하겠다”

하 사장은 지난 22일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시장을 선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 1위 사업자로서 (보조금 경쟁과 관련해) 그간 많은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의미한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으로 승부하겠다”고 다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SK텔레콤 가입자끼리는 음성통화를 무제한 무료로 쓰고 문자메시지는 통신사와 관계없이 공짜로 보내는 ‘T끼리’ 요금제를 내놓았다. 새 요금제로 연간 1200억원 이상 가계통신비가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는 요금제로 경쟁하겠다는 취지다.

하 사장은 지난해 3조4740억원(매출의 28.2%)을 마케팅비로 쓸 만큼 보조금 지출이 많은 것을 우려해 왔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보다는 기존 가입자에게 혜택을 더 주는 쪽으로 요금정책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다. 하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치중해 장기적인 고객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존 가입자가 단말기를 바꿀 때 27만원까지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주는 새 제도를 내놓기도 했다.

◆‘보조금의 유혹’ 견뎌낼까

서비스 품질과 통신요금으로 경쟁하겠다는 SK텔레콤의 새 마케팅 전략은 ‘과도한 보조금 경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수용한 측면도 있다.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수록 설비 투자 재원이 부족해지고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줘 가입자를 유치하는 마케팅 전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깔아 놓은 통신망을 기반으로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면 수익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구조적으로 가입자를 늘리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통신사는 월 6만2000원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이 2년 사용 약정을 하면 25% 안팎의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약 11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조금으로 100만원을 주더라도 가입자를 한 명 더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시장점유율 떨어져도?

지난 1월 말 기준 이동통신시장 점유율(방송통신위원회 자료)은 SK텔레콤이 50.4%, KT 31.0%, LG유플러스 18.6%였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SK텔레콤은 ‘굳히기 전략’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를 한명이라도 더 유치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통신사들의 순차적인 영업정지가 끝난 이달 14일 이후 26일까지 13일 동안 LG유플러스 가입자는 1만8171명 늘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가입자는 4568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KT 가입자는 2만2739명 줄었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주말 가입자 유치 실적은 평일의 7~8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주말에 보조금을 많이 푼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과 요금으로 승부하겠다’는 하 사장의 시도는 장기적으로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경쟁사에 가입자를 빼앗겨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보조금 경쟁이 또 벌어져도 새 정책을 꼭 지켜나가겠다”는 하 사장의 말(22일 주주총회)이 지켜질지 관심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