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2교대 효과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지 상상도 못했어요. 요즘 눈만 뜨면 도로변에 스크린 골프장 할 자리가 없나 찾아보고 있습니다.”

울산 북구 진장유통단지에서 오리전문집을 운영하는 김선식 씨(52)는 29일 “현대자동차가 밤샘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매출이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오후 6시 퇴근한 주간조 근로자들부터 시작해 밤샘근무 후 오전 8시 퇴근하는 야간조 근로자들까지 밤새 현대차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야간에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현대차가 이달 들어 주간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 일대 상권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9일 울산 북구청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한 ‘현대차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달여 동안 북구지역 식당업계는 급격한 불황에 휩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 인근 음식점 67곳 가운데 83%인 55곳은 최소 10%에서 많게는 90% 이상 매출이 줄었다. 울산공장 본관 바로 맞은편 양정동 일대 음식점 10곳은 매출이 평균 51.2% 격감했다. 매출이 90% 이상 떨어져 폐업을 고민하는 업소도 생겨났다. 근로자들 덕분에 ‘명촌베가스’로 호황을 누렸던 명촌·진장동 일대 식당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차 명촌 정문 앞 12개 음식점의 평균 매출은 41.3% 감소했고, 진장동은 4개 업소에서 평균 50%가량 매출이 줄었다. 현대차에서 자동차로 15~20분 떨어져 있는 북구 화봉동과 호계동 음식점들도 평균 매출이 각각 35%, 36.6% 줄어들었다.

반면 당구장이나 스크린 골프장 등 취미 오락업소는 주간2교대 덕분에 대호황을 누린다. 업소마다 밤낮없이 현대차 근로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당구장은 2010년 45개에서 55개로 22.2%, 스크린 골프장은 50개에서 68개로 36% 늘었다. 김철식 지산부동산 사장(38)은 “요즘 현대차 공장 인근 도로변 곳곳마다 식당 대신 스크린 골프장이나 당구장을 설치하는 사업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이 덕분에 부동산업계도 요즘 살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현대차 근로자들의 오전조 퇴근이 오후 6시에서 3시30분으로 바뀌면서 근로자들이 식사나 음주 대신 취미 생활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울산 북구 상권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급격한 근무형태 변화로 가정에서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소는 “회사와 노조, 시나 구청 차원에서 올바른 여가 생활을 위한 종합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에는 현대차 3만4000여명(사내 협력업체 6800명 포함)에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현대 근로자’만 10만명에 이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