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이냐, 청산이냐.’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국실리콘의 운명이 다음달 12일 결정된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한국실리콘의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관계인 집회가 열린다. 공급 과잉의 주범인 중국발 구조조정 등으로 올 들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태양광 시장이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실리콘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08년 출범한 한국실리콘은 ‘태양광의 쌀’로 불리는 핵심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다. 연산 1만5000t으로 OCI에 이어 국내 2위, 세계 6위 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태양광 시장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인한 폴리실리콘 제품 가격 하락으로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됐다. 2011년 18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36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실리콘의 지분 33.4%를 가진 2대 주주 에쓰오일마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결국 지난해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여수에 있는 1, 2공장 가동은 전면 중단됐다.

한국실리콘은 지난 15일 채권자들에게 어떤 방법과 일정으로 변제할 것인가를 담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냈다. 관계인 집회를 거쳐 이 안이 통과되면 회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실리콘의 총 채권액은 5400억원. 이 중 3300억원이 금융권 담보채권인 만큼 은행권에서 추가 이자 등 요구사항을 어떻게 제시하는지가 협의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한국실리콘 관계자는 “공장은 멈춰 있지만 설비를 정비하고 직원 교육을 하면서 회생계획안 승인이 나면 언제든지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자금 부족과 시장 불황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만큼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선임한 조사위원에 따르면 회생 절차를 밟아 한국실리콘이 사업을 이어가면 5000억원, 청산할 경우엔 200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부도가 난 웅진폴리실리콘 사례가 있듯이 공장 매각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공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그 가치는 1000억원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