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기업인들의 축제’로 불리는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정기총회(4회)가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DMC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엔 200여명의 1, 2세대 기업인이 모여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새 정부에 바라는 가업승계 지원방안 등에 대해 의견들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들은 “가업 승계에 대한 어려움은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로 꼽힌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중기 대통령’을 자처한 만큼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재선임돼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 강상훈 협의회장(동양종합식품 회장)은 “가업승계 기업에 대해 상속세를 유예해주고, 고용 등이 유지될 경우 100% 면제해 주는 독일식 상속세 감면제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업 상속자산에 대해서는 300억원 한도에서 7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강 회장은 “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이 아닌 ‘기술의 대물림’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 지원은 많이 부족하다”며 “대를 잇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위해 세금 혜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리더십 교육·세금 컨설팅 필요

문구업체 드림오피스의 김소희 차장은 2세 기업인에 대한 리더십 교육을 주문했다. 현재 협의회 등을 통해 3~6개월 정도의 양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직원들 간 소통 방법 등에 대한 리더십 강의는 2~3시간에 불과하다는 것. 컨설팅 지원도 당부했다. 김 차장은 “가업승계 기업 중 일부만이 세금 문제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정도”라며 “경영 승계 등 실무적인 면에서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회원들은 가업상속 기업에 조달시장 진입 시 가산점 부여, 회원사 간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강 회장은 “이들의 목소리를 정부 측에 적극 건의하고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기업 DB 구축한다

협의회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자체 사업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명품수기업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가업승계 기업이면서 업력이 15~20년 이상인 기업 중 모범이 될 만한 곳을 선정한 뒤 금융사와의 거래 시 대출조건 등에서 혜택받도록 한다는 것.

또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흔히 우리나라엔 100년 된 기업이 두산 몽고간장 동화약품뿐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기업이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숫자와 업종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또 시장개척단을 구성해 독일, 이탈리아 등에 있는 ‘히든 챔피언’을 방문할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 초청돼 ‘비영리를 통한 젊은 창의력의 육성’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한다면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지고 인식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