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 기아차 디자인센터를 새로 짓는다. 지금까지는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 한 곳에서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함께 개발했는데 브랜드별로 독자적 디자인센터를 갖추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간섭효과를 줄여 브랜드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시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남양연구소에 기아차 디자인센터를 짓고 있다. 기아차 디자인센터는 1층짜리 건물로 남양연구소 B지구에 들어선다. 기존 디자인센터(2개동 2만3147㎡)와 비슷한 규모다.

새로 짓는 기아차 디자인센터에는 기존 디자인센터와 같은 시설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디자인센터는 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프로토 모델을 클레이로 제작하지 않고도 신차 외관과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영상 품평장, 7대 차량을 동시에 품평할 수 있는 실내 품평장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기아차 디자인센터를 새로 짓는 까닭은 매년 출시하는 신차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해마다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포함, 50여종의 신차를 개발한다. 유럽 미국 중국 인도에도 현지 디자인센터를 두고 있지만 주요 신차는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개발을 주도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센터 하나로는 늘어나는 신차 개발 업무를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 별도 디자인센터를 짓기로 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 차별화를 본격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3년 11월 남양연구소에 디자인동(2개동)을 지은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을 같이 개발해왔다. 약 500명의 디자인 인력이 이곳에 몸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개발 과정은 별개로 진행되지만 같은 센터 안에 있다는 점 때문에 간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기아차 디자인센터 신설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2~3년간 추진해온 디자인 경쟁력 업그레이드 전략의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디자인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올해 초 현대차 디자인까지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또 남양연구소 조직 개편을 통해 디자인 부문을 신설하는 등 슈라이어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 디자인센터 신설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