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조정한 프로젝트를 따낸 대형 해운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 후려치기’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장관은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강연에서 지난달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와 주요 해운사가 맺은 2조원 규모의 유연탄 수송선박 장기 용선 계약을 언급하며 “계약서 서명이 끝나고 나니 선사가 가격 후려치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석탄 공동구매를 하겠다고 한 것은 일차적으로 중소 조선소를 살리려는 것이었다”며 “체결식을 할 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부가 결단한 것이니 가격을 잘 쳐달라’고 선사에 부탁했는데 갑을 관계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한전 발전 자회사 5곳은 지난달 1일 현대상선과 STX팬오션, 한진해운, SK해운 등 4개 해운사와 유연탄 운반에 관한 18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15만 규모의 벌크선 9척을 국내 조선소에 주문하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조선소에 일감을 주기 위해 벌크선 발주를 조건으로 달았는데 가격 후려치기가 벌어졌다는 게 윤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누구를 믿고 정부의 일을 하겠느냐”며 “정부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 ‘제값 주는 문화 정착’과 ‘전속거래에서 발생하는 관행 개선’을 동반성장 정책의 2대 목표로 삼고 집중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합리적인 규제완화 건의 사항은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니 기업은 투자·고용 계획 이행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당 해운사들은 윤 장관의 발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계약을 맺은 한 선사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모여 한 조선사에 같은 선박을 대량으로 발주해 가격을 낮추자는 논의를 한 적이 있는데 윤 장관이 오해한 것 같다”며 “지금은 업체별로 조선사와 접촉해 선박 가격에 대한 협상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사와 선박 가격을 협상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라며 “한전도 유연탄 물량에 대해 선사에 운임을 후하게 줬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장관의 발언은 본인 소관인 조선업체만 챙기고 해운사들은 이익을 남기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조선사만큼이나 어려운 해운업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윤 장관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표했다. 그는 “우리가 FTA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협상할 때 기준이 되는 모델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기준이 없으니 케이스마다 형태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BIT(양자투자협정)든 FTA든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원산지, 비관세 장벽, 서비스 부문 등의 세부 규범에서 우리 나름의 기준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진석/김대훈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