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본 고등학생들의 교과서가 두꺼워진다. 경쟁보다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유토리 교육’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다.

아사히신문은 “문부과학성이 최근 검정을 마친 내년도 고등학교 2학년용 교과서의 분량이 예년에 비해 평균 15%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보도했다. 과목별로는 국어 교과서가 종전 291쪽에서 377쪽으로 30% 두꺼워졌고, 수학과 영어 교과서의 분량도 각각 28%, 21% 증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유토리 교육의 폐해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유토리 교육으로 인해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회와 역사 관련 교과서의 두께도 10% 이상씩 불어났다. 독도와 센카쿠열도 등 한국 중국 등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과 관련한 서술이 늘어났고, 오키나와 지역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설명도 추가됐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논란이 된 원전 문제에 대한 기술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교도통신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장점을 함께 적고, 원전과의 공존 가능성을 거론한 내용도 있지만 분량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이와 함께 유토리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에 따라 대학 입학과 졸업 조건으로 영어능력시험인 토플(TOEFL)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민당 내부 회의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일본인이 많아 일본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밖에 이공계 박사 학위자를 두 배로 늘리고 정보기술(IT)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도 추진할 전망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