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에 2타 뒤진 공동 2위에 오른 존 허는 이번 대회에서 ‘샌드세이브율’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대회까지 샌드세이브율 랭킹 133위였던 존 허의 깜짝 변신은 대회 직전 ‘벙커샷의 달인’ 최경주로부터 ‘벙커샷 특훈’을 받았기 때문이다. ‘형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샌드세이브는 벙커에 빠진 뒤 파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으로, 존허는 2라운드에서 5차례 벙커로 들어갔으나 100%의 샌드세이브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서도 모두 6차례 벙커에 빠졌으나 딱 한 차례만 빼고는 버디 1개를 잡고 파세이브를 했다. 보기를 한 13번홀(파4)에선 그린 왼쪽 벙커에 공이 빠졌는데 핀이 벙커 건너편인 해저드 쪽에 꽂히면서 직접 공략할 수 없어 ‘레이업(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벙커샷’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전 최경주의 집이 있는 텍사스로 날아가 인근 골프장에서 5시간 동안 벙커샷을 배운 존 허는 “최경주로부터 좋은 조언을 받아 벙커샷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벙커샷의 마스터”라고 극찬했다.

최경주는 올해 투어에서 샌드세이브율 73.68%로 루크 도널드(영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경주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벙커샷 조언을 구한다”며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가진 존 허는 감이 좋기 때문에 테크닉 대신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2000년 게리 플레이어가 쓴 벙커샷 지도서를 읽은 뒤 하루 만에 웨지가 다 닳아버릴 정도로 집중 연습을 해 벙커샷을 익혔다. 또 어린 시절 고향인 완도 해변에서 샷을 연습한 것도 모래와 익숙하게 만들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