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올해 춘투(春鬪)를 앞두고 세(勢)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중앙 조직에서는 장기간 지도부도 꾸리지 못하고 있고 현장 조합원들은 노총 일에 무관심하거나 이탈하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김영훈 전 위원장의 사퇴로 생긴 지도부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새 위원장을 뽑기 위한 ‘제57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위원장 선거가 무산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창립 이래 처음이라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1차 투표에서 이갑용 후보(전 민주노총 위원장)는 지지율 47%를 얻었다. 투표 참석 대의원은 의결 정족수(460명)를 넘은 570명이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 실패해 2차 투표로 이어졌으나 정족수에 한참 못 미치는 268명만 남아 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현장 조직의 상황도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지 않다. 조합원 확보를 놓고 세(勢) 경쟁을 벌여온 한국노총에 밀리고 있고, 기존 조합원들도 노조 활동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회원 조합 가운데 규모가 3위인 KT노동조합이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한국노총 가입을 96.2%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1년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전년 대비 5.5% 늘었으나 민주노총은 3.1% 줄었다. 민주노총의 대표적 강성노조 사업장이었던 서울메트로에서도 지난 1월 국민노총 소속의 복수노조가 생겨 조합원 확보 경쟁이 불붙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치버스 운행, 서울 덕수궁 앞 장기 천막 농성, 철탑 고공 농성 등 민주노총 계열의 강경 투쟁이 성과를 얻지 못한 것도 세 위축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