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 최측근 보직 해임…흔들리는 KB금융
사외이사와 집행부 간 갈등을 빚어온 KB금융지주가 18일 박동창 전략담당(CSO) 부사장을 보직 해임했다.

박 부사장이 미국의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주주총회 이사 선임안건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다는 사외이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KB지주는 박 부사장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감사위원회에서 조사하기로 했다.

ISS는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KB지주의 ING생명 인수 무산이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었으며, 특히 정부 영향을 받는 사외이사들로 인해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사외이사 선임에서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 3인의 선임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의도적으로 ISS 활용했나

사외이사들은 박 부사장이 의도적으로 ISS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발끈하고 있다. 보고서 는 ING인수 협상과정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애초 ING 인수를 승인했던 이사회가 2조2500억원대로 가격을 낮췄는데도 돌연 인수에 반대해 ING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됐다는 정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박 부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ING생명 인수 무산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다는 점을 설명했을 뿐 사외이사 개개인의 성향을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 부사장은 ING생명 인수 무산 이후 주가가 떨어지고 애널리스트 평가도 나빠지는 등 회사와 주주 이익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보험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해 반대한 것”이라며 “KB 주가가 하락한 것은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진 탓”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를 조사하게 될 감사위원회에 소속된 한 사외이사는 “박 부사장이 ISS 측과 만나 정확히 무엇을 얘기했는지, 또 얘기하는 과정에서 ING생명 인수를 반대한 사외이사들의 선임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정확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 최측근 보직 해임…흔들리는 KB금융
KB지주의 조직적 개입 있었나

박 부사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KB지주 회장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 회장이 묵인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어 회장에게는 ISS와 만난 이후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박 부사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금융시장에 밝은 박 부사장이 언젠가 드러날게 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개인적인 결정으로 ISS 측과 접촉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박 부사장 혼자 생각만으로 ISS와 만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 법대 출신인 박 부사장은 2010년 어 회장 취임 후 효율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영입된 어 회장의 최측근 인사다.

22일 주총 사외이사 선임 주목

이번 사태가 22일 KB지주의 정기 주주총회 이사선임 안건 표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ISS가 보고서에서 ‘정부 측 사외이사’로 지목한 이 의장, 배재욱 변호사의 연임안과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신규 선임안이 안건으로 올라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자칫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KB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66.26%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총 의결에 앞서 ISS 보고서를 참고한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주총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와 별도로 ISS 보고서의 부당성에 대해선 법적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이번 ‘ISS 보고서 논란’을 금융 질서를 흔드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집중 검사 후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박 부사장이 금융지주사의 내부 임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정보의 외부 누설을 금지한 금융지주회사법 48조 3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권은 이번 사태가 오는 7월 임기 만료인 어 회장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박신영/장창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