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을 찾아 “물가 안정을 위해 복잡한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핵심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 농축산물 유통단계 축소와 직거래 확대 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은 과거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던 사안이지만,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며 “민간 영농조합 등을 육성해 생산자인 농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물류 시스템을 대형화·선진화해 직거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가 경쟁력 확보가 우선”

농산물 유통단계는 ‘농민→산지 유통인→도매시장 경매→중간 도매상→소매상→소비자’의 6단계로 나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011년 발표한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탁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채소 중 하나인 배추의 유통비용은 소비자 가격의 77.1%에 달했다.

농축산물 평균 유통비용은 소비자 가격의 41.8%였다. 이처럼 농산물 소매가의 상당 부분을 유통비용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통 단계를 줄이면 가격에 끼어있는 ‘거품’을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는 ‘타깃’으로 먼저 꼽히는 게 바로 산지 유통인이다. 산지 유통인은 생산자인 농가와 도매시장을 이어주는 역할뿐 아니라 수확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반(半)농민·반 상인’ 성격을 지닌다.

‘밭떼기’를 통해 농민들이 재배 중인 농산물을 넘겨받은 산지 유통인은 본인이 직접 비용을 들여 인력을 동원, 농산물을 키운 뒤 도매시장에 출하한다.

이광형 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한국 농가의 고령화, 영세화로 인해 산지 유통인을 거치지 않고 농가가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지 유통인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인 농가를 조직화·전문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민간 영농조합과 지역단위 농협 등을 중심으로 농업 선진국들처럼 농가를 조직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가 조직화·전문화되면 자체 포장, 공동 출하 등이 가능해져 장터나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한 직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 산지 유통인들이 겨울 배추 등 저장이 가능한 채소를 매점매석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폐단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농협이 농민과 계약을 맺어 재배면적을 다량 확보해 산지 유통인을 견제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협이 위험을 감내할 수 있도록 채소수습안정기금을 운용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창고 대형화도 필요

도매시장과 소매상을 연결시켜주는 중간 도매상은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 하나로클럽 등 대형마트는 사전계약과 산지 직거래로 ‘농민→산지 유통인→대형마트’의 3단계로 농산물 유통단계를 줄인 지 오래다.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저장·포장·가공·물류 기능을 갖춘 대형 물류창고가 필수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후레쉬 센터’를 경기도 이천에 세웠다.

농협도 올 6월 안성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고 이후 전국에 물류센터를 추가해 직거래 물량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엽채류 등은 신선도가 생명이라 최신시설을 갖춘 대형 물류센터를 갖추고 그날 바로 거래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점별로 영세 유통업체 등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물류창고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인섭 농협 경제지원팀장은 “자체적으로 물류센터 마련이 어려운 전통시장 등 영세 유통업체들을 위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물류창고를 늘리고 운송시스템을 개선하면 유통마진도 줄이고 전통시장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