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2년 만의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화려하게 귀환했다. ‘피겨 여왕’의 환상적인 연기에 9000여 관객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김연아는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시니어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6.79점에 예술점수(PCS) 33.18점을 합쳐 69.9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 지난 대회 우승자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66.86점)가 2위, 무라카미 가나코(일본·66.64점)가 3위에 올랐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마지막 점프 과제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며 62.10점으로 6위에 그쳤다.


○롱에지 판정으로 감점 받고도 1위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두 번째 순서인 트리플 플립에서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판정을 받고 첫 번째 스핀에서도 감점을 받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 삽입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상대적으로 앞 조에 속한 김연아는 1.40점의 높은 수행점수(GOE)를 받았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도 깔끔하게 뛰어올랐으나 착지할 때 롱에지 판정을 받아 0.20점 감점을 받았다. 레벨 3의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도 0.43점의 감점을 당했지만 이너바우어에 이어 더블 악셀로 10%의 가산점을 얻어 기본점 3.63점에 GOE 0.86점을 더했다.

레이백 스핀에서 레벨 3,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4를 받은 김연아는 두 요소를 합쳐 1.81점의 GOE를 받고 절정으로 향했다. 점차 격정적으로 변하는 음악에 맞춰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선보인 뒤 레벨 4와 함께 0.86점의 GOE를 받으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올림픽 티켓 2장 이상 목표”

경기 직후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당황한 김연아는 1위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스핀에서 흔들렸다”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서 아쉽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실력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또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부담도 덜 느낀다. 스케이팅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국내 피겨스케이팅계 맏언니인 김연아는 후배들을 위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후배들이 잘하든 못하든 올림픽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꼭 주고 싶다”며 “올림픽 티켓 두 장 이상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7일 오전 11시46분(한국시간)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는 그는 “지금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스케이팅을 하겠다”며 “저도 인간이라 욕심이 생기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한 것들을 다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뛰겠다”고 덧붙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