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도서관에 장애인을 위한 휴게실 하나만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14일 유기풍 서강대 신임 총장의 취임식이 열린 서울 신수동 서강대 이냐시오관 강당. 이 자리엔 8000명 재학생을 대표해 박성웅 씨(국어국문학과 2년·사진)가 축사를 하기 위해 특별 초청됐다. 박씨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총장 취임식에 재학생 대표가 나와 축사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총장 취임사나 동문 회장 등의 축사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주인은 재학생이라는 게 유 총장의 평소 신념이어서 열린 취임식을 하게 됐다”며 “재학생 대표와 학부모 대표가 총장에게 바라는 메시지를 들어보겠다는 뜻에서 축사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얼마 전 서강대 측의 제안을 받고 “정말 영광이지만 대단할 것 없는 내가 재학생을 대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장애인과 서강대 재학생을 대표해 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2~3시간만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쉽게 몸이 굳어 오랫동안 공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학기에 4.3 만점에 3.95점의 성적을 거뒀다.

서강대 측은 “교내 흑인음악 동아리에서 주변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등 박씨의 열정을 높이 사 재학생 대표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부모도 모두 서강대 출신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