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DVD 영화 한 편을 4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KAIST 지능형RF연구센터(센터장 박철순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사진)가 60기가헤르츠(㎓) 대역 초고주파를 이용해 초당 10기가비트(Gb)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저전력 송·수신 일체형 무선칩을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4.7기가바이트(GB) 용량의 DCD 영화 한 편을 3.8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속도를 구현한 것으로 현재 집, 회사 등에서 사용하는 무선랜(Wi-Fi)보다 50배 빠른 속도다. 연구팀은 이 칩을 이용해 휴대폰의 고화질(HD) 동영상을 케이블 없이 무선으로 TV에 실시간 전송하기도 했다.

◆휴대폰에 최적화한 칩 개발

연구팀은 허가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60㎓ 초고주파 대역을 이용해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60㎓ 주파수 대역은 유료 서비스인 이동통신에서 사용하는 700메가헤르츠(㎒)~2㎓ 대역과 비교해 전파 전달 거리가 짧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해 휴대폰 PC TV 등 근거리 기기 간 무선통신에 쓰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이미지는 60㎓ 주파수 대역에서 가정의 디지털 기기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고 IBM, 소니 등도 관련 칩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칩으로 들어온 전류를 여러 회로에 재사용하거나 특정 신호일 때만 주파수를 전송하는 OOK(on-off keying) 변조 방식을 채택, 지금까지 나온 60㎓ 통신칩에 비해 전력 소모량을 3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송신기와 수신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무선칩(1.2㎜×1.5㎜), 안테나(4㎜×5㎜) 크기도 최소화했다. 박철순 센터장은 “무선칩의 전력 소모량과 크기를 줄여 휴대폰 등 이동형 기기에 넣을 수 있도록 최적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도 60㎓ 주파수를 사용하는 다른 제품에 비해 30% 이상 빠른 10.7Gbps까지 끌어올렸다. 무선랜과 블루투스를 이용해 DVD 영화 한 편을 전송하려면 각각 3분8초, 208분이 걸리지만 이 칩을 이용하면 단 3.8초 만에 전송할 수 있다.


◆전송 거리 짧은 게 단점

이번에 개발한 칩은 데이터를 전송할 기기 간 거리가 60㎝ 이내일 때만 최적의 속도가 나온다. 예컨대 데이터를 주고받는 휴대폰과 TV 간 거리가 멀어지면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두 기기 사이에 사람 같은 장애물이 생기면 통신이 끊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박 센터장은 “60㎓ 주파수 대역은 전송 속도가 빠른 대신 직진성이 떨어져 무선랜보다는 전파 전달 거리가 짧다”며 “통신 거리를 늘리기 위해 증폭기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 제품은 휴대폰에 최적화하기 위해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칩을 이용하면 휴대폰으로 찍은 HD 동영상을 압축 과정 없이 TV에서 무선으로 실시간 전송해 볼 수 있다”며 “휴대폰 게임을 할 때도 화면 딜레이 없이 TV로 게임 화면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 60㎓ 주파수

1초에 600억번 진동하는 초고주파다. 주파수는 전파나 음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에 따라 구분하는데 전파가 낮을 수록 멀리 퍼져나가고 장애물을 만나도 휘어져 나가는 회절성이 뛰어나다.

60㎓ 대역은 각국 정부가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전파 간 간섭도 적어 기기 간 개인무선통신(PWAN)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