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5·4전당대회에서 유력 당권후보로 거론돼온 김부겸 전 최고위원(사진)이 11일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선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냈다.

당 안팎에서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전 최고위원의 대항마로 알려졌던 그가 불출마하면서 차기 민주당 당권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 전망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불출마의 변’에서 “제일 아픈 게 ‘김부겸은 친노(친노무현)의 대리 후보’라는 소리였다”며 “전대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가선 퇴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된 당이 대선에서 지고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가’라는 질타도 아팠다”며 “공동선대본부장으로서 무능하고 무기력했는데 우물쭈물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데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신당을 창당하려 할 것”이라며 “자칫하면 야권 전체가 분열과 상호 비방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전대가 친노-반노 싸움이나 대선 패배 심판론으로 흐르면 안된다”며 “쇄신과 전진을 위한 전당대회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현재까지 재선의 이용섭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이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비주류 쪽에서는 김한길 전 최고위원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범주류 그룹에서는 4선의 신계륜·추미애, 3선의 강기정 의원 등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인 재선의 이목희·우원식 의원 등도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친노·주류 측 연대 대상으로 거론돼온 김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로 일각에서는 범주류 그룹 주자들이 ‘반(反) 김한길 연대’를 구축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