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로열티·계약 취소 압박…외국기업 프로젝트 줄줄이 표류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 펴낸 201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몽골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를 18.1%로 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몽골의 GDP 증가율은 2011년 17.5%를 찍었고 작년엔 11.8%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몽골은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신흥국가인 ‘미프(MIP)’ 멤버로 꼽힌다. 금 구리 등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 덕분이다.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기회의 땅으로 각광받던 몽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작년 6월 말 총선에서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운 민주당이 여당 인민당을 누르고 승리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져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계약 무더기 ‘원점’

몽골은 대통령이 있어도 의원내각제 성격이 강하다. 의회 다수당이 전권을 갖는다. 작년 6월 말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여당이던 인민당이 주도했던 각종 해외 투자 유치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몽골 최대 광산인 오유톨고이 프로젝트다. 오유톨고이는 몽골 정부가 지분 34%를 소유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호주계 다국적 광산회사인 리오틴토가 갖고 있다. 리오틴토는 2009년 10월부터 오유톨고이 광산 개발을 시작했고 이미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몽골 정부는 작년 말부터 리오틴토의 투자금액이 당초 약속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협상을 다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몽골 정부가 리오틴토가 지급한 광산 개발 관련 로열티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알루미늄공사는 지난해 몽골 국유 광산 개발업체 사우스고비의 지분 60%를 9억달러에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외국 기업이 몽골 기업 지분 49% 이상을 취득하려면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외국 회사가 국유기업일 때는 취득 지분율과 상관없이 무조건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외국투자법을 민주당이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알루미늄공사는 지난해 몽골 국유 자원기업 ETT에 3억5000만달러를 선불로 내고 석탄을 공급받기로 했다가 올해 1월 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계약금액이 시세보다 너무 싸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실제로는 ETT가 중국알루미늄공사에서 받은 돈을 몽골 정부가 걷어가 각종 선심성 사업에 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루베니상사가 설립하려던 원유정제공장도 몽골 정부와의 이견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정치 리스크 지속될 듯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광물자원공사, 포스코, LG상사 등은 지난해 몽골 남부지역 석탄광산인 타반톨고이에 지분 투자를 추진했다가 보류했다. 한 관계자는 “몽골 정치 상황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7월 몽골 북서부 홋고르사나에서 석탄 개발을 시작한 대한석탄공사 컨소시엄은 작년 2월 채굴을 중단했다가 9개월 만에 재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5월 대선을 앞두고 몽골 민주당이 자원민족주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당 정부가 겉으로는 자원민족주의나 인민당 정권의 부패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로열티를 더 받아내려는 속셈도 있다”며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해 경제가 타격을 입기 전까지는 몽골 측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해영/남윤선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