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 또 한번의 기적…아메리카컵 2인승 美·日 제치고 이틀 연속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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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의 불모지 한국이 봅슬레이 국제대회에서 이틀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파일럿 원윤종과 브레이크맨 전정린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2013 아메리카컵 9차 대회 2인승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53초6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윤종-전정린은 코디 배스큐-마이클 매커티(미국·1분54초36), 이보 드브륀-브로르 판데르지데(네덜란드·1분54초38) 등을 전날보다 더 큰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1차 시기를 56초45만에 마쳐 선두로 나선 한국은 2차 시기에서는 세 번째 구간 기록까지 3위에 그쳐 주춤했으나 이후 가속도를 붙여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한국에 1위를 내준 ‘홈팀’ 미국이 장비를 대거 교체하고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며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한국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 8차 대회에서 국제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은 이틀 연속 우승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틀 동안 벌어진 네 번의 레이스 가운데 한 차례도 다른 팀에 1위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원윤종은 “단계적으로 잘 올라가고 있다”며 “평창 메달이 목표인 만큼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까지 어느 종목에서도 선수 생활을 한 적 없는 특별한 선수다. 2010년 봅슬레이 대표 선발전에 도전하면서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국내 봅슬레이 선수들이 대부분 다른 종목에서 밀려났다가 봅슬레이에 도전했거나 비엘리트 선수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성결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 체육을 준비했던 게 운동 경력의 전부다.
그는 뒤늦은 입문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주전 파일럿 자리를 꿰찼고 선수 생활 3년 만에 국제대회 정상에 섰다.
한국 봅슬레이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은메달 3개를 수확한 것이 전부였으나 이번 대회에서 이틀 연속 우승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개척자’ 강광배 한국체육대 교수가 1998년 스켈레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선수를 기른 지 15년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에는 연습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정식 트랙은 한 곳도 없고 평창 알펜시아에 스타트 연습장만 하나 있다.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1년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야 하며 강원도청밖에 없는 실업팀은 4인승 팀 하나를 꾸리기도 버거울 정도로 저변이 좁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