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일부 상장기업들이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신규 사업 발표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요 주총 안건인 사업목적 추가를 통해서다.

전문가들은 "일부 적자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사업목적 추가를 단행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오히려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조언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키스앤컴퍼니는 오는 21일 열릴 정기주총에서 고분자물 전달기술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과 화장품 개발 등 바이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관련 유명 인사 영입에도 나섰다.

이 회사의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영입된 사내이사 후보는 의약품 제조업체 트랜스더멀아시아의 김희재 대표이사와 김영국 부사장, 전 로레알코리아 회장인 김상주 KNPC 대표, 전 녹십자 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인 변태호 팬젠 부사장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그러나 기존 사업의 수익 모델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키스앤컴퍼니의 경우 주택건설사업, 관광숙박업, 학원사업, 캐릭터사업, 운수업 등에 이르기까지 그간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왔지만 지난해 24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시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올해도 역시 기존 사업부의 이익 회복을 위한 개선작업보다 사업목적 추가를 통해 먼저 주가 모멘텀(상승동력)을 확보하려는 적자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10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폴리비전은 내달 4일 주주총회에서 스마트카드 제조업과 엔터테인먼트업,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20개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출액 50억원 미달로 지난해 4월 2일 관리종목에 지정된 다함이텍도 오는 22일 주주종회를 앞두고 주택건설 사업과 부동산중개업 건축공사업, 관광서비스업과 보육시설 운영업 등 9개 부문을 신규 사업에 추가했다.

씨그널정보통신 역시 신규 사업 추가에 나섰다. 유전자치료제 개발과 전기자동차 제조 및 판매, 전자상거래 및 통신 판매업 등의 기존 사업 목적을 삭제하고 창업자 투자, 기업 구조조정 관련 업무 관광숙박업, 카지노업등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나섰다.

씨그널 정보통신은 각종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왔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9.5% 감소한 7억5400만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이상윤 동양증권 책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만 이를 주가 부양용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투자자들은 신사업 진출에 무조건 기대감을 갖기 보단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가시적인 성과가 얼마나 빨리 나올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