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납세자의 날 행사가 4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성실 납세자와 기업들이 상을 받았고 세무공무원과 조세 홍보를 도운 연예인, 조세정책에 협력한 교수 등도 세정 협조자 자격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원래 조세의 날이던 것이 2000년부터 납세자의 날로 바뀐 것은 이날의 진정한 주인이 납세자라는 뜻에서였을 게다. 그러나 여전히 세무공무원들이나 세정 협조자들이 대거 상을 받는다는 것이 작은 아이러니다.

이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해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고 종교인에 대한 소득과세도 추진하며 소득원천별 과세 형평성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금이 2조8000억원 덜 걷힌 데다 올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이다. 나라살림의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세금 문제는 국민 살림에 가장 직결돼 있는 정책이요 국가의 원초적 권력 작용이다. 세금만큼 정치에 영향을 주는 정책도 없을 것이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배경에는 그 전 해에 도입한 부가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세금은 원래 그런 것이다. 국민의 살림을 대가 없이 징발하는 것인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권력 작용이 바로 세금이다.

최근에도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5851건이던 조세 불복 심판 청구건수가 지난해엔 6424건으로 늘어났다. 매년 평균 15%씩 늘고 있다. 더구나 심판 청구 4건 가운데 1건 이상이 세금 부과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국세청도 괴롭겠지만 국민들도 화난 얼굴이 된다. 국세청은 납세 편의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전자신고제가 보편화되고 서식도 대폭 간소화된 건 사실이다. 세금신고부터 납부까지의 제반비용도 1조원이나 절약됐다고 한다.

하지만 세금의 진실에 직면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방법으로 복지재원을 확충한다지만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미국처럼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도 물건너 간 상황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압박임에는 분명하다. 증세 없는 세수확충은 그럴듯한 아젠다이다. 하지만 납세자에게는 그말이 그말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