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또 결렬됐다. 청와대가 제안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회동도 무산되고 말았다. 정치권에서는 회기가 5일까지인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비관론이 무성하다. 박근혜 내각의 출범도 무작정 지연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범위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쟁점은 인터넷TV(IPTV), 종합유선방송사업, 위성방송채널사업 등 뉴미디어의 정책 업무다. 민주당은 미래부가 이들의 인허가권을 가지면 방송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방통위에 그대로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방송의 공정성 훼손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원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대치는 종편 등 뉴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계속 뉴미디어 정책업무를 가지면 민주당도 제 몫을 챙길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거치며 종편 등에 적지않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중립성 논란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도규제는 방통위에 그대로 남는다는 설명에도 민주당은 막무가내식이다.

국정은 이미 파행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청문회도 장관 선임도 불가능하다. 신설·부활되는 미래부와 해양수산부는 조직조차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발목잡기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미래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하자고 역제안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핵심 조직을 빼고 가자는 것이 대안이 될 리는 만무하다. 정권을 위임받은 새 정부의 출범에까지 딴죽을 거는 것은 정치 도의가 아니다. 평가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도 정부조직 개편은 무난하게 처리됐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이 찰밥이든, 흰밥이든 밥은 짓게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못하게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정치권은 생각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