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4번 바꾸며 특수船 집중…틈새서 SPP조선 길 찾겠다"
27일 경남 사천 SPP조선소에서 만난 곽한정 사장(62·사진)은 중소 조선사가 최악의 불황을 버티는 방법은 “무리한 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도 조선업황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시황이 나쁠 때는 생산 여력을 줄여서라도 수익성 있는 배만을 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조선공학과 69학번인 곽 사장은 1975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입사, 한진중공업 신조선 플랜트담당 임원을 거쳤다. 2007년에는 사세를 불려 나가던 SPP조선에 합류, 2008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곽 사장의 말처럼 SPP조선도 기나긴 조선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SPP조선의 전신은 2002년 설립된 동양기공이다. 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이 2004년 동양조선으로 사명을 변경, 조선사업을 시작했다. 세계 10위권 조선사로 석유제품운반선(PC선), 중형화물선 등을 주로 만든다.

SPP그룹이 SPP율촌에너지 등을 설립해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어려워졌다. 그룹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2010년 5월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다. 작년 매출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전년(1조7859억원)에 비해 20%가량 줄어들었다. 재무약정을 맺기 전인 2009년(1조9115억원)과 비교하면 30% 빠진 수치다.

곽 사장은 “금년까지 재무상으로 좋아질 게 없다”며 “3년간 해마다 연 45~50척을 건조했는데 올해엔 10척가량 줄인 35~40척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 사장은 “그럼에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한가닥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PC선의 선가를 조금씩 올려받고 있는 점을 꼽았다. SPP조선은 유럽 선주사 사이에서 ‘PC선 전문조선사’라고 불린다. 2004년 회사 설립 뒤 이 선종에서만 총 100여척을 인도했다. 벌크캐리어, 중형 컨테이너선 등 가격이 낮은 선박은 수주하지 않은 결과다.

곽 사장은 “지난 2년6개월 동안 네 번이나 디자인을 바꿀 정도로 PC선 관련 기술개발에 힘쏟았다”며 “그 결과 작년 말부터 기존 3300만달러(약 360억원) 선인 적재량 5만t급 PC선의 가격을 100만달러가량 올려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공장을 돌리는 것만 생각해 저가로 수주했다간 회사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2010년 재무구조 약정 개선을 맺으며 채권단과 약속한 점도 ‘돈이 안되는 배’는 수주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이달 초 유럽 선사인 피나지에서 해양특수선(OSV)의 한 종류인 해양예인지원선(ATHS)을 수주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조(새로운 배) 건조는 당장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곽 사장은 “올해 건조량이 줄고 매출도 작년과 비슷하겠지만 수익성 면에선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천=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