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하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추종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만 타협한 척했을 뿐 속으로는 소비에트 체제를 경멸했다는 것이다. 그의 평전을 읽어봐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 성향이 어쨌든 간에 그의 기질은 선동적인 음악보다 신고전주의적인 간결함에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좋은 예가 독일군을 물리친 기쁨을 노래했다는 교향곡 제9번(1945)이다. 유희성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한때 ‘즈다노프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나 지금은 가장 쇼스타코비치답다고 재평가받을 만한 곡이다. 이른 봄에 듣기 좋은 상쾌한 음향과 이해하기 쉬운 구조, 객관적인 정서가 25분 만에 주파 가능한 이 간소한 교향곡의 매력 포인트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