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침몰 위기에 빠진 한국 건설산업을 회생시키려면 당장 일감(수주 물량) 확대와 금융 지원을 포함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늦어지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핵심은 △부동산거래 활성화 △건설업계 규제 완화 △해외건설 지원 등의 ‘3종세트’로 요약된다. 이들 분야별 대책이 종합적으로 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를 위해 정부가 서둘러 종합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며 “경기 불황으로 100대 건설사 중 30개 이상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부동산 업계를 살리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최저가 낙찰제로 건설업계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사를 따낸 뒤 바로 하도급업체에 공사를 넘기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의 구조조정도 단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 문제가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건설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로 업계의 숨통이 막히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기피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 조달 어려움도 해소시켜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동산 거래 정상화와 미분양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원장은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집값이 올라가는 시기가 아닌데 실수요자가 집을 사기란 쉽지 않다”며 “양도세 중과 규제부터 풀어 돈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서 임대 시장에 공급하고 자녀에게 증여도 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취득세 감면이 올 6월까지만 연장됐기 때문에 하반기에 있을 거래 공백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를 위해 세제, 금융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가점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함 센터장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점제의 의미는 없다”며 “수도권도 청약경쟁률이 낮아진 만큼 가점제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