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출구전략 논쟁…유동성 장세 종료설의 5大 오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양적완화 종료 과도한 해석 경계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도움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도움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 중앙은행(Fed)의 1월 회의록에서 양적완화 조기 종료 논쟁이 재확인되면서 세계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종료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양적완화 조기 종료’라는 광의의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시중 유동성이 흡수돼 주가는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출구전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출구전략은 경기나 자산시장의 회복 정도를 고려해 정책 수단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비상대책은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 등과 같은 부작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의 본래 목적도 경기나 증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다. 경기나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에 비상대책 추진에 따른 후유증을 과도하게 해석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둘째, 유동성 장세는 증시 가용자금 차원의 개념이다. 증시 가용자금은 정책 요인과 시장 요인에 의해 공급된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와 증시에 다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풀린 상당 규모의 자금이 퇴장하거나 부동화된다. 한국만 하더라도 부동자금이 666조원에 달한다.
출구전략을 추진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면 설령 정책적으로 유동성이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퇴장하거나 부동화했던 자금들의 기회비용이 늘어 증시와 실물경제에 유입된다. 이 경우 증시 가용자금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이전에 증시 가용자금은 더 늘어나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셋째, 경제와 증시 활력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시 활력지표로 통화 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를 꼽는다. 통화 유통 속도란 일정 기간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 유통 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돼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나라의 돈 흐름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통화 승수다. 통화 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 통화(high-powered money·고성능 화폐)로 나눈 수치다. 통화 승수는 그 나라 국민의 현금 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올 들어 소득 대비 총통화로 각국의 통화 유통 속도를 추정해 보면 한국과 남유럽 재정위기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국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 또 하나의 증시 활력지표인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금액)도 금융위기 직후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지만 이제는 10배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다.
넷째, ‘쩐(錢)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글로벌 머니 게임 차원에서 개별 국가의 자금 규모를 읽을 필요가 있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볼 때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환금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수익성과 안정성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 중시한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선진국 자금은 높은 수익을 좇아 잉여자금은 펀드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금리 차를 이용한 캐리(carry)자금 형태로 신흥국에 유입된다. 반대로 신흥국 자금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위기가 연속되면서 국제 간 자금흐름의 메커니즘이 크게 흐트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선진 신흥국들이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개도국의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 신흥국에 속하는 국가들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통화 절상 폭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다섯째, 출구전략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늦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금리 인상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필요하다. 단순히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경기나 증시 입장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느냐’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냐 ‘긴축’이냐는 적정금리로 파악해야 한다.
특정국의 적정금리를 파악하는 방법은 ‘피셔 공식’과 정책 목적을 감안하는 ‘테일러 준칙’이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적정금리는 연 3.5% 내외로 현재 기준금리가 연 2.75%인 점을 고려하면 2월 금리동결 조치 이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경기와 증시에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유동성 장세가 지속돼온 점을 생각하면 출구전략이 언제 추진되느냐가 투자자들에게는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구전략 추진이 곧바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시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어도 출구전략을 추진할 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달러 강세에 따라 환율전쟁이 누그러지면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하지만 이 주장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출구전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출구전략은 경기나 자산시장의 회복 정도를 고려해 정책 수단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비상대책은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 등과 같은 부작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의 본래 목적도 경기나 증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다. 경기나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에 비상대책 추진에 따른 후유증을 과도하게 해석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둘째, 유동성 장세는 증시 가용자금 차원의 개념이다. 증시 가용자금은 정책 요인과 시장 요인에 의해 공급된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와 증시에 다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풀린 상당 규모의 자금이 퇴장하거나 부동화된다. 한국만 하더라도 부동자금이 666조원에 달한다.
출구전략을 추진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면 설령 정책적으로 유동성이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퇴장하거나 부동화했던 자금들의 기회비용이 늘어 증시와 실물경제에 유입된다. 이 경우 증시 가용자금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이전에 증시 가용자금은 더 늘어나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셋째, 경제와 증시 활력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시 활력지표로 통화 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를 꼽는다. 통화 유통 속도란 일정 기간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 유통 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돼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나라의 돈 흐름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통화 승수다. 통화 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 통화(high-powered money·고성능 화폐)로 나눈 수치다. 통화 승수는 그 나라 국민의 현금 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올 들어 소득 대비 총통화로 각국의 통화 유통 속도를 추정해 보면 한국과 남유럽 재정위기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국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 또 하나의 증시 활력지표인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금액)도 금융위기 직후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지만 이제는 10배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다.
넷째, ‘쩐(錢)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글로벌 머니 게임 차원에서 개별 국가의 자금 규모를 읽을 필요가 있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볼 때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환금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수익성과 안정성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 중시한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선진국 자금은 높은 수익을 좇아 잉여자금은 펀드형태로, 잉여자금이 없을 때는 금리 차를 이용한 캐리(carry)자금 형태로 신흥국에 유입된다. 반대로 신흥국 자금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해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위기가 연속되면서 국제 간 자금흐름의 메커니즘이 크게 흐트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선진 신흥국들이 선진국의 수익성 추구자금과 개도국의 안정성 추구자금의 공동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 신흥국에 속하는 국가들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통화 절상 폭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다섯째, 출구전략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늦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금리 인상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필요하다. 단순히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경기나 증시 입장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느냐’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냐 ‘긴축’이냐는 적정금리로 파악해야 한다.
특정국의 적정금리를 파악하는 방법은 ‘피셔 공식’과 정책 목적을 감안하는 ‘테일러 준칙’이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적정금리는 연 3.5% 내외로 현재 기준금리가 연 2.75%인 점을 고려하면 2월 금리동결 조치 이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경기와 증시에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유동성 장세가 지속돼온 점을 생각하면 출구전략이 언제 추진되느냐가 투자자들에게는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구전략 추진이 곧바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시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어도 출구전략을 추진할 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달러 강세에 따라 환율전쟁이 누그러지면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