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스라엘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론’이 이스라엘 경제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천연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 최첨단 산업들을 일군 시스템을 배우겠다는 것은, 역시 사람이 최고의 자산인 우리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쪽의 맛난 귤이 우리나라에서 탱자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이스라엘의 ‘창조경제’가 가능했던 토양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을 일군 유대인들의 상상력과 창의성, 끈끈한 협동정신은 그네들의 수천년에 걸친 고난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독특한 문화에서 기인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유대인들은 대부분 준비된 창업자이다. 이스라엘 대학생의 80~90%가 취업 대신 창업을 희망하고,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같은 실리콘 밸리의 젊은 아이콘 상당수가 유대인이란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받아온 경제교육의 당연한 결과물이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 어디서든 13세에 ‘바미츠바’라는 성인식을 갖는다. 특이한 것은 이때 결혼식처럼 축의금을 받는다. 보통 우리돈 5000만원(미국 중산층 기준) 정도의 축의금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돈의 소유권은 ‘열세 살 성인’에게 있다. 부모와 상의를 하지만 최종적으로 자기 책임 아래 예금이나 채권 심지어 주식으로도 운용한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경제교육이다. 20대가 되면 대부분 두둑한 종잣돈은 물론 현장 교육을 통해 터득한 ‘경제감각’까지 갖추게 된다. 돈과 실전감각이 있는 이들에게 창업은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인 셈이다.

둘째 누구와도 격의없는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후츠파’ 정신이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스러운, 건방진’이란 뜻으로 유대인 사회에서의 대화와 토론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준다. 가정에서는 물론 기업이나 정부, 심지어 군대의 장군과 사병 사이에서도 심하다싶을 정도의 거침없는 토론이 이뤄진다. 어떤 안건이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불합리하고 일방통행적인 지시가 먹혀들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과 정부의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벤처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개발이나 최종 투자결정 전에 이해관계자들의 질문과 대답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부실검증이나 편법 투자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벤처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난상토론을 통해 철저히 검증된 투자에 대한 실패를 의미한다. 실패가 교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셋째 글로벌 네트워크다.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수백개의 첨단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이 실리콘 밸리를 통해 상업화된다. 이스라엘과 실리콘 밸리는 거의 일란성 쌍둥이처럼 움직인다. 이스라엘의 IT 수준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리콘 밸리를 움직이는 유대인 실력자들이 이스라엘과 끈끈한 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게 더 큰 요인이다.

수천년 동안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닌 탓인지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많은 유대인이 현재의 국적보다는 자신의 뿌리인 이스라엘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주변의 어떤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돕는다. 특히 돈에 민감한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그런 끈끈한 유대관계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의 국내 시스템만 살펴봐서는 이 나라 경제를 작동시키는 실질적인 동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몇 가지 예만 봐도 이스라엘과 우리 경제의 생태적 환경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과거 정책을 단순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를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창조역량’에 기반을 둔 새로운 체질로 혁신시키려는 시도라고 본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 교육 문화적 토양을 구축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육동인 < 커리어케어 대표·한국컨설팅산업협회 부회장 dongin6@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