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18일 “유한양행이 보수적이라고들 하는데 올해는 ‘공격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실적 목표도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잡았다. 김 사장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 이상 늘어난 9200억원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버겁겠지만 내부적으로 그 이상(1조원)의 매출 달성까지 목표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일 제약사 최초로 1조원 클럽에 가입, 1등 유한양행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게 김 사장의 속내다.

증권가에서도 유한양행의 올 매출 및 이익 증가율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꼽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제품라인업과 항바이러스제 원료 수출 확대 기대감에서다.

김 사장은 “고혈압약 트윈스타를 비롯 비리어드(B형 간염) 트라젠타(당뇨) 프라닥사(항응고) 프리베나(폐렴구균) 등 5개 주요 품목이 연초부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올해 실적개선은 이들 제품이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이들 제품이 올해 각각 500억~7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시가총액과 맞먹는 1조5000억원의 유동자산을 갖고 있다. 사내유보 현금과 자사주 가치만 59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유한양행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김 사장은 “국내 제약사를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슷한 제네릭(복제약) 라인업을 갖고 있는 기존 제약사 인수로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지분 투자’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술력 있는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분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아닌 2, 3대 주주로 참여하더라도 우량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300여억원을 투자해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9.1%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됐고,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방식으로 테라젠이텍스의 3대 주주로 참여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하나다.

김 사장은 “국내 제약사 중 재무 능력이 가장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술 및 지분 투자를 늘려갈 것이고 현재도 관련 회사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기술이 그 회사의 전체인 경우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1976년 입사한 후 37년째 유한양행의 영업처를 누벼온 김 사장이 최근 느끼는 위기의식은 남다르다. 그는 “약가 일괄 인하 여파 등으로 그동안 국내시장에 안주하면서 규모의 경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제약업계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제약사 진입 기반을 다지지 못하면 상위 업체들도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개량신약개발 M&A, 기술제휴 등 다각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개량신약 복합제제 등의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자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변화에 대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