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유럽에 살면서 유로존의 실물경제를 직접 접하며 사업을 해왔다. 2010년 5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거쳐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로 확산되면서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많은 영향을 줘 글로벌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은 산업 구조상 부강한 북유럽 국가와 독일 같은 경쟁력이 강한 국가, 그리고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국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유럽 국가로 구분할 수 있다. 그간 이러한 근원적인 불균형이 유럽 통화 문제를 가져왔는데,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에서 무한 경쟁이 전개되면서 역내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 듯싶다.

여기에다 소위 ‘피그스(PIIGS)’라 불리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지출로 인해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독일 등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이들 국가의 비생산적인 부문에 흘러 들어가면서 정부와 민간 부문에 버블이 형성되어 국가 채무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 같다. 유로존 통합 시 많은 유럽인들은 경제 규모와 생활습관, 문화 차이로 인해 통화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들어보면 유로존의 통합 지속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고 한다. 관련 회원국들은 채무 상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피나는 구조 개혁과 함께 성장과 긴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복지 정책을 우선시하는 국가에서 긴축 정책이란 서민의 고통분담이 동반돼야 하는데 복지가 생활화돼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2013년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제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3% 이하의 경제성장률 등 달갑지 않은 전망이 발표된 가운데, 일본의 엔저 정책 추진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등 신년 벽두부터 어두운 소식을 접하면서 신정부 출범을 맞이하게 된다.

남유럽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기업인의 안목에서 유로존의 단일 화폐 제도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는 예견한 바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오늘의 현실로 다가온 것을 보면서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 차단하지 못한 제도에 대한 아쉬운 생각도 든다.

전 세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된다면, 무역과 세계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아울러 국가 간 소득수준 격차, 고용 감소, 복지혜택 축소,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복지 국가들의 경제적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권영호 < 인터불고그룹 회장 yhkwon@inter-bur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