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추정 방식이 올해부터 변경됐지만 자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때문에 관행적으로 자녀나 배우자 명의로 예·적금 계좌를 많이 만드는 이들은 ‘낭패’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차명계좌 증여 추정에 대해 궁금한 점을 국세청에 직접 물어봤다.

▷자녀 명의의 통장에 돈을 넣는 순간 세무조사를 받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3개월 내에 증여 신고를 하고 증여세를 내면 된다. 다만 10년간 원금 3000만원(미성년자는 1500만원)까지, 부부간에는 6억원까지 비과세다.”

▷증여 신고를 안하면 어떻게 되나.

“증여 추정이 되기 때문에 세금을 안 내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적발이 되면 미신고에 따른 가산세(증여세의 20%)가 추가되고 미납부에 따른 가산세(매일 0.03%)도 부과돼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설날 세뱃돈을 받은 자녀를 위해 통장을 만들어주는 것도 안되나.

“소액의 계좌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거액 자산가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족이나 친척의 이름을 빌리는 것을 적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식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녀를 위해 계좌를 만들고 돈을 입금하면 국세청은 이를 어떻게 파악하나.

“이자소득세 등 세금 변화를 통해 안다. 돈이 이동하면 해당 계좌의 세금에 어떻게든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금 변화가 포착되면 계좌를 들여다본다.”

▷차명계좌임을 입증하고 세금을 안내면 되지 않나.

“맞다. 하지만 차명계좌를 만든 사실이 국세청 차명재산관리시스템에 기록으로 남는다. 이 기록이 남으면 국세청은 정기적으로 이 계좌의 재산 변동 내역 등을 감시한다. 탈세 시도 가능성이 높은 각종 탈세나 소득탈루 조사 시 기본 자료로도 활용하기 때문에 이 기록이 남으면 별로 좋을 게 없다.”

▷최근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혐의거래보고(STR)와는 무슨 관계가 있나.

“대부분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FIU의 STR 정보는 자금세탁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명계좌를 만들어 소득탈루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면 FIU에 보고되고 이 정보 중 일부는 국세청에도 전달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

“차명계좌를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만들면 증여 신고를 하는 게 안전하다. 현재 금융실명제에서 차명계좌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차명계좌는 소득세나 증여세 등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