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13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화한 것은 세계 무역질서를 크게 뒤흔들 일대 변화다. 양측은 협상을 2년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범대서양 FTA는 예상외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미·EU 간 FTA가 체결된다면 이는 보통 큰 사건이 아니다. 그 의미는 세계 GDP의 50%, 교역량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교역시장이 탄생한다는 단순한 계량적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우선 미·EU 간 FTA는 보통의 양자간 FTA와는 성격부터 판이하다. 보통의 FTA가 두 나라 간 교역의 규칙을 정한다면 미·EU FTA는 국가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통상 질서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두 지역이 갖는 무게감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들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는 보편적 룰(rule)이 생긴다는 얘기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이번 협상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그동안 교착상태였던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자유무역 구상이 새로운 방법론을 타고 실현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변화는 FTA 선진국을 자처해 온 한국에도 복잡한 과제를 던져준다. 한국은 미국, EU와 동시에 개별 FTA를 맺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그런 점에서 가장 큰 위험은 자칫 한·미, 한·EU FTA의 이점이 모두 사라지는 예기치 않은 결과다. 미국은 미·EU 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병행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일본을 포함한 TPP까지 체결될 경우 한국이 체결한 FTA는 모두 허공에 떠버릴 수도 있다. 반면 미·EU FTA를 잘만 활용하면 우리에게는 범대서양을 아우르는 드넓은 경제영토를 확보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농업 등 민감 부문 때문에 미·EU 간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하지만 경기회복 압력과 중국 등 신흥국들의 위협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양측 지도자들이 의외로 쉽게 일정대로 협상을 타결할 수도 있다. 한국이 세밀한 전략을 짜 대비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외교와 통상 분리문제를 놓고 한가하게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