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체제 생존과 관련해 안보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보인다. 체제 안전의 절대 보루인 핵능력을 개선해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핵과 미사일, 평화 협정과 관계 정상화 등 현안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번 핵실험에서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체제 결속을 위해 핵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과 담판을 통해 자주권과 존엄을 지켜나가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결단력 있고 대담한 지도자임을 주민들에게 부각시키는 효과도 거둔 다목적 카드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고 불투명해졌다. 당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한국, 미국, 일본 등의 대북제재가 강화될 전망이고, 북한은 북한대로 추가적인 물리력 과시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주장하는 2차, 3차의 조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추가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대남 도발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 미국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는 강화될 것이고, 한반도의 불안정 상황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면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009년의 사례와 같이 유화책을 통해 남북관계의 문을 두드리면서 완화 국면을 노리거나, 2011년의 사례처럼 미·중 간 협의, 중국의 중재를 통해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전개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소적인 태도로 인해 북한의 의도와 달리 힘겨루기 국면이 지루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남북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그 해결의 실마리 역시 남북 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조여오고 협상 국면은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 경우 ‘막가파식’ 대남도발도 강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전면적으로 대응할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어떤 식으로든 위기 상황과 인적 물적 피해가 나온 후에야 미국, 중국이 개입하고 협상이 전개된다고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과 북의 몫일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은 곧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매우 큰 부담이다. 핵실험 자체도 그렇지만 대북정책 추진에서 이명박 정부와 같이 강경 대응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5년간의 남북 관계는 불보듯 뻔하다. 다른 대응을 하자니 북한이 너무 나가버렸고 국면을 전환시키기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남북관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펼쳐보지도 못해서는 안되며 군사적 맞대응으로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도록 해서도 안된다. 북한 핵실험 이후 엄중한 국면은 당분간 불가피하지만 결국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으며 해결의 첫단추는 남북 관계일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북한이 새 정부에 대해 어떤 비난도 하지 않는 이유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도외시할 수 없음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차분하고 냉정한 상황대처가 필요하다. 북한을 붕괴시키는 것이 통일 정책의 목적이 아닌 이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미 공조, 한·중 협력을 통해 북핵국면을 어떻게 돌파할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어떤 방식으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비록 당시 큰 성과는 없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4자회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북, 미국, 중국이 한자리에 앉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 교수 yangmj@kyung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