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형 펀드, 다양한 지역 국채·회사채 분산 투자…주식보다 '안전'·시중 금리보다 '짭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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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강세 예상국가 채권비중 높여야…3년 이상 장기투자해야 리스크 줄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피신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기예금 금리로는 만족할 수 없고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자니 가격 변동성이 부담스럽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 등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일수록 판단이 쉽지 않다. 원금 손실 가능성은 최소한으로 낮추면서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투자 대안으로 주목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상품이 해외채권형 펀드다.
○이머징채권형 펀드 매력 높아
신흥국 채권형 펀드는 기본적으로 높은 표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들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장기투자 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다양한 지역의 국채 및 회사채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각 지역과 국가, 채권의 신용 등급이나 발행 주체의 종류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투자 목적과 기간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투자자가 투자할 만한 대상은 연 5~10% 수준의 고금리를 주는 선진국 회사채나 이머징 국공채다. 이런 채권은 만기가 4~7년 정도로 길어 3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를 생각하고 가입해야 한다.
해외 채권은 주식과 비교해 변동성이 상당히 낮다. 지난 10년간 주식과 채권의 대표 벤치마크 지수를 비교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발행자가 만기 시점에는 반드시 원리금을 채권 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금융 위기 때처럼 모든 자산군의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발행자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다. 그리스 등 몇몇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양호한 국가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머징채권형 펀드는 이런 맥락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해외채권형 펀드 체크리스트
해외 채권형 펀드의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편입 종목의 신용도, 만기수익률, 통화가치의 변동 등 다양하다.
신용도가 높은 채권은 부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지급하는 이자 역시 낮게 책정된다. 신용도는 경기 국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각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며 통화 확장 정책을 펼치는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는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더욱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경기가 디플레이션 환경에 접어들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선진국 국채 비중이 높은 펀드가 좋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을 경기 회복 국면의 연장선이라고 가정한다면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다만 그리스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격 등락폭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기수익률은 월 지급식 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표다. 예를 들어 펀드에서 편입하고 있는 채권의 평균 만기수익률이 연 6%라면 1년 동안 채권의 가격 변동이나 환율 변동이 없다는 가정 아래 이자 수입으로 약 6% 수준의 기준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월 분배율이 연 6%를 초과한다면 월 분배금에 투자 원금의 일정 부분이 포함돼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 예상치 못한 채권 가격의 하락이 발생할 경우에는 환매 시 최초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입하기 전 해당 펀드의 과거 월 분배율과 편입 채권의 만기수익률 추이를 체크해봐야 한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변수가 환율이다. 해외 채권은 달러나 현지 국가 통화로 발행돼 거래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브라질 현지 통화 채권에 투자했다면 원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 상승은 환차익, 하락은 환차손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현지통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는 통화 강세가 예상되는 국가의 채권 비중이 높은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 펀드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통화로 분산 투자하거나 달러화 채권을 주로 편입하고 원·달러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일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 전망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선진국 회사채나 이머징국공채에 투자하는 펀드는 달러표시로 발행되는 채권을 주로 담아 환 헤지를 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지통화로 발행되는 이머징국공채펀드는 환율 변동에 대한 부분을 투자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3년 이상 장기투자가 투자위험 줄여
해외채권에 1년 이내로 투자한다면 가격 변동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은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그 이후의 이자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수익 복원력이 주식 등 이자비중이 낮은 자산에 비해서 빠른 편이다. 대략 3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이런 변동성은 큰 위험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이는 채권이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정한 것이다. 부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채권이라고 하더라도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 부도 위험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백여 가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한다면 합리적이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연구원 come2park@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