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 시작한 사업의 성공으로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김기동 씨(61)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축적된 재산만큼이나 앞으로 내야 할 상속세나 증여세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전에 증여하는 것으로 미래에 내야 할 무거운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상속으로 재산을 남겨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늙어서는 돈이 곧 힘이니 절대로 자녀들에게 미리 재산을 주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조언이 김씨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한다.

상속과 증여는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면 증여이고, 사망한 이후에 망자의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이다. 결국 상속과 증여의 차이는 재산의 무상이전이 사망하기 전에 이뤄졌는지 사망한 이후에 이뤄졌는지에 있다.


◆사전 증여로 상속세 줄일 수 있어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 측면에선 동일하다. 현행 상속세와 증여세는 최저 10%에서 최고 50%의 세율로 과세된다. 다만 계산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상속세는 재산을 주는 사람, 즉 사망한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상속세는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를 주었는가’를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사망일 현재 모든 재산과 사망일부터 소급해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간의 사전 증여 재산을 합해 상속세를 계산하게 된다.

반면 증여세는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그래서 증여를 여러 사람에게 쪼개서 하면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여세가 줄게 된다. 즉 증여할 때 한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두 사람에게, 두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보다는 세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이 세금이 더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산 구조적인 면에서 볼 때 증여세가 상속세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50억원의 재산을 10명의 성인 자녀(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없음)에게 5억원씩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상속으로 남겨줄 때와 증여로 남겨줄 때의 세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상속세는 어느 상속인에게 얼마의 상속재산이 분할됐는지에 상관없이 50억원의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해 세금이 16억을 초과한다. 반면 증여세는 각자가 증여받은 5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한 사람당 7500만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된다. 10명을 다 합해도 증여세는 7억5000만원 정도다.

결국 사전 증여를 통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국세청이 사전 증여로 상속세를 줄이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해서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이내에 증여한 경우에는 그 증여 재산을 상속세를 계산할 때 다시 합산하도록 하고 있다. 즉 증여할 당시의 재산을 합산해서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하고, 당시에 납부한 증여세는 차감해서 정산하도록 한다. 결론을 말하면 충분히 건강할 때 미리 증여를 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눠 증여하는 게 절세 효과 있어

증여를 받을 때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나눠 받는 것이 증여세를 절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에게 3억원을 받는 것보다 세 사람에게 1억원씩 나눠 받는 것이 유리하다. 증여세도 상속세의 계산과 유사하게 증여받은 날부터 소급해서 10년 이내에 동일인에게 증여받은 적이 있다면 그 금액을 반영해서 계산한다. 즉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은 다시 합산해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계산하고, 당시에 납부한 증여세는 공제해서 그 차액을 납부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증여한 사람이 직계존속일 경우는 그 배우자도 동일인으로 판단해 과거 증여받은 재산과 합산한다. 즉 아버지가 증여한 것과 어머니가 증여한 것, 할아버지가 증여한 것과 할머니가 증여한 것,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증여한 재산과 외할머니가 증여한 재산을 합산해 증여세를 계산한다.

증여 방식을 달리해서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보자. 결혼 2년차인 젊은 부부는 아직 집이 없다. 그런데 양가 부모님은 아들과 딸에게 각각 2억원을 증여해서 아파트 한 채를 사주려 한다. 과연 얼마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할까. 각자 216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두 사람의 증여세를 합하면 4320만원이 된다. 하지만 증여의 방법을 달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아들에게 1억원을 증여하고, 며느리에게 1억원을 증여한다. 그리고 상대방도 동일하게 딸에게 1억원을 증여하고, 사위에게 1억원을 증여한다. 이런 방식으로 증여하면 증여세는 아래와 같다.

부친에게 증여받은 1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630만원, 그리고 장인에게 받은 1억원의 증여세는 855만원, 이 두 세금을 합산하면 1485만원이 된다. 여자 쪽도 동일하게 계산되므로 증여세를 모두 합산하면 2970만원이 나온다. 이렇게 증여의 방법을 달리하면 1350만원의 증여세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증여는 나눠 줘도 세금이 줄어들고, 나눠 받아도 세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견 상속세보다 증여세가 유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전 국민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차피 상속세가 없는데도 사전에 증여를 한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모든 상속재산을 취합해서 계산하므로 구조상으로는 불리하지만 증여세와 비교해서 공제가 많고 다양하다.

반면, 증여세는 분산하면 낮은 누진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제가 작다는 것과 향후 상속공제의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현재의 재산 상태, 건강 상태, 그리고 향후 재산가치의 상승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서 사망을 전제로 사전 증여할 때와 증여 없이 상속할 때의 세금 계산을 미리 해야 할 것이다.

한주희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