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쏘나타가 2년 만에 미국 승용차 판매 순위 10위권에서 밀려났다. 4위인 미국 포드의 퓨전을 제외하고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브랜드가 5위권을 휩쓸었다. 엔저 덕분에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 현지 생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도 늘렸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는 지난 1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1만3247대가 팔렸다. 승용차 판매 순위는 12위로 처졌다. 도요타 캠리는 12.7% 증가한 3만1897대로 1위, 혼다 어코드는 75.2% 증가한 2만3924대로 2위에 올랐다. 도요타 코롤라는 32.4% 늘어난 2만3822대로 작년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5위는 혼다 시빅이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량을 크게 늘린 것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고전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미국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8만15대였다. 올해 1월 영업일수(25일)가 작년보다 하루 많은 것을 감안하면 하루평균 판매 대수는 현대차가 1.7%, 기아차는 1.9% 줄었다.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0.9%포인트 떨어진 7.7%로 주저앉았다. 현대·기아차의 1월 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7월 월간 점유율이 9.5%까지 치솟았다가 미국 연비 과장 논란, 경쟁사의 연말 가격 할인, 물량 공세 등으로 12월에는 7.3%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원화 강세로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한 환손실이 겹쳐 연말 실적도 악화했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2008년 이후 1월 판매 실적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5만7725대를 팔아 27% 급증했다. 1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13.6%에서 15.1%로 상승했다. 3년 만에 15%대에 올라섰다.

특히 도요타가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소형 트럭과 승용차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각각 42.4%, 25.7% 증가했다.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의 판매 증가율은 32%에 달했다. 렉서스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 엔저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다.

업계는 올해 현대·기아차가 전년보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현지 생산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워즈오토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재고 일수는 39일에서 37일, 도요타는 61일에서 47일로 줄어 현대·기아차의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판매 대수보다 제값 받기 전략과 품질 향상으로 질적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며 “하반기 K5 페이스 리프트 등을 투입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여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