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미켈슨, 28언더 '원맨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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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오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72홀 최소타 타이 기록
7번홀 환상의 17m 버디
제임스 한 공동16위 '뒷심'
7번홀 환상의 17m 버디
제임스 한 공동16위 '뒷심'
필 미켈슨(미국)은 4일(한국시간) 미국 PGA투어 피닉스오픈 마지막날 큰 부담을 가졌다. 이날 8언더파를 치면 투어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고 6언더파를 치면 대회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TPC스코츠데일(파71·7216야드)에서 사흘간 60-65-64타를 기록한 그로서는 불가능한 스코어가 아니었다.
첫날 마지막홀에서 7.5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면서 ‘꿈의 59타’를 놓친 미켈슨은 2라운드에서도 18번홀의 티샷이 해저드에 빠져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36홀 최소타 타이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3라운드에서도 아깝게 1타차로 54홀 최소타 기록을 넘지 못했다.
미켈슨은 2, 4번홀을 보기와 버디로 교환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7번홀(파3)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며 홀에서 무려 17m가량 멀어졌다. 볼을 홀로 보내기 위해서는 언덕을 넘어야 했고 그린보다 잔디가 긴 ‘프린지’(에이프런)를 6m가량 지나야 했다. 퍼팅보다 칩샷이 더 나아 보였다.
미켈슨의 퍼터를 떠난 볼은 에이프런을 타고 올라갔다가 프린지와 페어웨이의 경계를 이루는 잔디벽을 맞고 90도로 꺾인 뒤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구르다 홀로 사라졌다. 미켈슨은 스스로도 놀란 듯 두 팔을 번쩍 들고 ‘와우’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이후 미켈슨은 상승세를 탔고 파5인 13, 15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합계 27언더파가 됐다. ‘이지홀’인 16, 17번홀에서 2타를 더 줄이면 대회 최소타 기록 경신이 가능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홀’인 16번홀(파3)에서 4.5m 버디 찬스를 맞았으나 아쉽게 홀을 스치고 말았다. ‘1온’이 가능한 17번홀(파4·332야드)에서는 드라이버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힘이 잔뜩 들어가 그린 왼쪽의 해저드 직전에서 멈췄다. 10㎝만 더 나갔으면 해저드에 빠질 뻔했다. 미켈슨은 25야드 어프로치샷을 4.5m 지점에 떨군 뒤 침착하게 버디로 연결시키며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세운 대회 최소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그러나 18번홀 15m 버디 퍼트가 홀 옆에 멈추며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그는 이날 4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28언더파 25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단 한 차례의 공동선두를 허용하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2011년 로리 매킬로이의 US오픈 제패 이후 처음이다. 1996년, 2005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컵이며 우승상금은 111만6000달러.
미켈슨은 “지난 수개월간 로프트는 높지만 스핀이 덜 먹는 드라이버를 찾아왔다. 대회 직전인 화요일 드라이버를 교체한 뒤 내게 맞는 것임을 직감했다”고 선전 비결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미켈슨의 세계 랭킹은 지난주 22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었다. ‘톱10’ 진입은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이다. 또 2004년부터 10년간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현역 선수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 미켈슨은 다음주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해 2주 연속 우승컵 도전에 나선다.
이날 미켈슨과 우승 경쟁을 펼치며 준우승을 한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는 지난주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할 때도 준우승을 해 2주 연속 2위에 올랐다.
한국계 선수 중에서는 제임스 한(32)이 9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합계 14언더파 공동 16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제임스 한은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말춤’을 추는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보여줬다. 최경주(SK텔레콤)와 케빈 나(타이틀리스트)는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36위를 했다.
한편 마지막날 5만8791명이 입장해 총 갤러리 수는 52만5821명을 기록했으며, 2008년의 역대 최다 관중 수(53만8356명)를 넘지 못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