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시장 눈높이에 크게 못미쳤다. 증시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이후부터 점진적인 실적 개선세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4일 오전 9시20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50원(0.11%) 상승한 4만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지난달 10일(4만8650)부터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 하락세를 보이며 8%가량 내려왔다.

지난 1일 대한항공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75억원을 기록, 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 줄어든 3조8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15% 증가한 1402억원을 기록했다.

김대성 현대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및 영토권 분쟁 이슈로 수익성 높은 일본 노선의 여객 매출이 25% 감소했다"며 "2011년 4분기에 250억원에 불과했던 정비비가 1050억원으로 증가한 점 역시 실적악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돈 것은 엔화 약세 등으로 일본 노선 여객수요와 화물부문의 매출 감소가 컸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여객 매출증감률은 2.2% 늘었고 화물부문은 12.1% 줄어 두 부문 모두 추정치를 소폭 밑돌았다"며 "일본노선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고 탑승률도 71%를 기록, 7%포인트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달러표시 차입금 74억달러와 엔화표시 차입금 763억엔 등에서 외환 관련 이익이 발생해 순익은 추정치를 18% 웃돌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중장기적인 성장성은 유효하지만 실적이 단시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세진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노선 부진의 영향은 올해 1분기까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과거 70%를 중후반을 유지하던 일본노선 탑승률(L/F)는 수요 급감의 영향으로 현재 70% 초반까지 하락했고, 1,2월 예약률 역시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주가 측면에서도 단기적인 상승 요인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선 별 수익성이 가장 높았던 일본 노선은 엔화 약세에 따른 입국자 감소와 지진 후유증에 따른 출국자 회복 지연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관련 이슈들 모두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일본 노선 회복은 2분기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일부 증권사들은 이날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KTB투자증권은 기존 5만7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BS투자증권은 기존 6만2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목표가를 내렸다. 키움증권 역시 목표가를 기존 6만1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1분기 이후부터는 점진적인 실적 개선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일본정부의 경기부양책 실시에 따라 당분간 엔화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노선의 수요회복 시기가 대한항공의 실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약률을 기준으로 1~2월까지 일본노선의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1분기 큰 폭의 이익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