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주공5단지 등 서울의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추진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데다 서울시의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결정이 내려져 사업 추진 자체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절차적 하자 등 법적 분쟁이 표면적 이유지만 내면적으로 조합원 간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잠실·은마 추진위원장 직무 정지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잠실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지난달 25일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추진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추진위원장을 선출했던 주민총회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당시 총회가 운영 규정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에 찬성한 토지 등 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인감도장 날인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은 서면결의서를 사용했다”며 당시 선임된 위원장은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추진위원장이 직무집행 가처분 결정을 받은 재건축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강남의 대표적 중층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이 절차상의 문제로 직무 집행이 정지된 데 이어 반포주공1단지도 법원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수용해 지난해 말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출했다.

○조합원 갈등으로 사업진행 부진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각종 소송에 시달리며 사업 추진이 제자리걸음이다. 겉으로는 절차상 문제에 따른 단순 다툼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합원들 간 재건축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잠실5단지는 지난해에도 일부 조합원들이 현 추진위원장을 회계ㆍ경리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가 검찰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리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잠실 5단지 위원장의 가처분도 지난해 추진위원장 선거에 나섰던 후보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5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 설립 동의율이 55%를 넘은 상황에서 최대 악재를 만났다”며 “앞으로 서울시와 용적률 등 재건축 관련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잠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5단지 재건축은 7조원대의 대규모 사업이어서 집행부 선출부터 조합원 간 대립이 있다”고 전했다.

추진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추진위들은 법원에서 파견한 변호사가 직무대행인을 맡고 있다. 이들 단지는 직무대행인 주관 아래 위원장을 다시 뽑거나 위원장 없이 조합 설립을 추진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도 지난해 이후 조합 설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한 추진위원은 “추진위에서 직무대행인의 월급만 줄 뿐 위원장의 직무 정지는 변하지 않았다”며 “일부 주민들 때문에 단지 전체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